어린 아이가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천사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성인의 득도하는 순간의 얼굴도 아마 이런 모습을 띄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근하는 아빠를 향해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안녕 하고 웃는 어린이의 모습과 마음 속은 분명 창조주께서 태초에 인간을 만드셨을 때의 본래적인「제작 의도」그것일 것이다.
도대체 저런 예쁜 아가들이 자라서 김대두도 되고 아이히만도 된다니 얼핏 생각이 미치질 않는다. 그네들 역시 어렸을 적에는 무지개를 쫓으며 산등성이를 헤매다가 길섶의 민들레를 보고는 빵긋 미소를 지었겠지-.
요한 23세 같은 고승대덕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달인의 얼굴과 행적을 보면 어딘가 어린 아이 같은 소박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심지어는 천진스런 장난기마저 깃들어 있다.
민화 속의 산신인 호랑이 얼굴이나 호리병을 꿰차고 홀장을 짚고 선「신령님」의 얼굴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바로 어린 아이 모습이다.
이처럼 어린 아이와 성인, 동자와 선인은 어딘가 한 줄기 통하는 데가 있나 보다. 그래서 일찌기 그리스도께서도『하늘나라는 이런 어린 아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뿐이랴, 또 이런 말씀도 하신 적이 있다.『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결국 사리는 간단한 것 같다. 진짜로「하늘을 보는」길은『착하게 사는 것』에 있지『광 내면서 사는 것』에 있지 않다는 이야긴 듯하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껏『광내면서 살려고』눈들이 벌겋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선「공부」라는 것들을 기를 쓰고 해낸다. 그래서 소위 엘리뜨인지「이리떼」인지가 되고 난 다음엔 그 해박한 지식과 기술이라는 것을 조자용이 헌 칼 쓰듯 마구 휘둘러대면서 저마다 잘났다고 난리들을 쳐댄다. 자연을 난도질 치고 후생을 논하고 사람을 이야기하며 돈을 헤아린다.
그런데 인간이 천지간을 배회하며 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밤낮 그저 그렇기만 하니 웬일인가. 그저 그렇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지구의 질병은 갈수록 긁어 부스럼이니 어쩐 까닭인가.
아무래도 엘리뜨 어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 하느님의 인간「제작 의도」의 본지인『어린이의 마음』이 없어진 때문인 것 같다. 국민학교를 나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다니고 사회로 들어와서 어른이 되는 동안『어린이의 마음』과 천사의 마음은 어느 틈엔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엘리뜨는 생겼어도『어린이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던 하느님의「제작 의도」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교육의 위기와 교육의 맹목성을 드러내는 소치랄 수밖에 없겠다.
인간을 사랑하면서 착하고 참되게 살기보다는 그저「광」이나 번쩍번쩍 내면서 신나게 살겠다는 마음만 키워주는 교육이라면 그런 교육은 신선도속의 산간동자가 가진 헤아림만도 못한 것이다. 아니 벽지의 촌부가 가진 지극한 정성만도 못한 폐물일 것이다.
바로 이런 맹목적인 지식과 세속적인 지혜 때문에 대학을 나오고서도 여권 신장을「부엌 탈출」쯤으로 오인하는 여류들이 생기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제 어린이들 앞에 고개 숙여 그 맑은 웃음 속에 깃들인 하느님의 뜻을 되찾아 읽으면서 자신의 벌건 눈이 창피스럽다는 것을 알 만한 때가 되었다. 얼마 전 정비불량 차사고로 동료를 잃은 서울 시내 모 국민학생들은 수치감을 모르는 어른들을 향해 이렇게 울부짖었다.『운수업자 어른들은 사람 목숨 무시 마시오』
참 얼마나 창피스런 노릇이냐.
지금까지 박찬종 의원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평론가 류도마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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