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해 전 본당의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에서 병자 방문 불우이웃돕기 등의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중랑천변에 있는 움막집 중풍 환자를 방문하러 나섰다. 움막집이라기보다는 방공호 속에 가마니를 깔고 비가 겨우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 거적을 지붕으로 덮은 집(?)이었다. 동행했던 이가『교수님은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며 만류했다. 나는 만류를 뿌리치고 움막 속으로 들어갔다』▲『과연 코를 찌르는 대변 냄새 그밖에 무엇인가 썩은 냄새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환자는 누운 채 일어나지 못했다. 본당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고 과일을 권했을 때다. 환자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목을 잡으며 울음 섞인 어조로『나 같은 사람을 찾아주시다니! 먹을 것보다 당신들의 마음이 나에게는 더 큰 선물이요』했다. 나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이 순간 나는 자신을 책했다. 조금 전만 해도 나는 이러한 불우 환자는 전국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고 우리의 도움은 새발의 피일 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근본적으로 국가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하는 식의 사고로 가득 차 있었다.…너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하시는 예수가 바로 그 환자였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여태까지 평신도 사도직을 했다는 자부가 왕창 무너지고 말았다』▲이 글은 어느 평신자가 쓴 체험담이다. 글을 맺으면서 그는『정일우 신부가 안양천변 판자집 신자들과 동고동락하다가、철거민과 함께 신흥으로 이주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도직이 아닌가』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인간적 동정과 그리스도적 사랑이 작용해야 할 분야가 많다. 다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아쉬움은 있지만…▲그러나『행동이 없다』는 비난은 오히려 약과일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랑과 희생」을 몰라도『가나한 이 억눌린 이…』하는 말마디 자체를 금기로 여기는 풍조가 있다. 그런 말마디가 나오면 즉시 그것을 정치로 연결시키는 실정이다. 움막집을 찾아간 평신자나 철거민과 함께 사는 신부의「행동」에도 속된「정치」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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