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은 일반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이 통념인 듯하다. 한국 천주교회 2백년사를 보면 백여 년을 혹독한 박해 속에서 살아왔으니 부유했던 양반 출신이라 하더라도 몰락했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일제 36년 간의 통치하에서도 교회는 음으로 양으로 박해상태 하에 있었기 때문에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음도 수긍이 간다.
서구에서는 개신교 국가들과 비교하여 사회ㆍ경제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논거도 있어 일전 모대학의 책임 있는 분이 이런 말을 한국 사회와 연결시켜 운운하다가 물의를 일으키자 진의는 아니라는 해명에 급급했었고 또한 교회 내 모기관에서 분석했다는 자료에도 천주교회는 현세 부정적이라는 서구식 견해 직수입 즉 한국 실정을 몰이해한 발표에 대하여 반발한 사실도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과연 천주교 신자들은 낙후했는가? 공식 통계 자료에 의하면 남한 인구의 2.85%가 신자로 나타났으나 전국 수준보다는 더 잘 산다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3.5%로 전구 비보다 높으며 서울에서도 중산층이 산다는 지역의 신자 비율은 3.5%보다 더 높은 사실은 서구의 현상과는 퍽 대조적이다.
이는 천주교의 수용이 침체 속에 있던 전통 문화에 대한 하나의 혁신 요소로 받아들여져 진취적이고 혁신적 인사들에 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8ㆍ15와 6ㆍ25를 계기로 한국 교회는 일대 약진을 단행하여 종교적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사회ㆍ문화면에 있어서도 큰 지도 이념으로서의 빛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곧 천주교회 내에 가난하고 교회 밖 문제에 대하여는 오불관하고 외면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가난한 농부나 어부나 노동자들 사이에서 형성되었고 또한 이렇듯 간난하고 무력하고 소외된사람들을 위하여 복음을 전하는 것을 교회의 본래 사명으로 여겨왔다.
예수님께서도 시종일관 가난한 사람들.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 괴로워 우는 사람들을 위해 오셔서 하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셨던 것이다. 교회도 물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사명이 아니겠는가. 물론 제도화되어 시대사조에 따라 능률과 성과만을 따진다면 도로일 수 있겠으나 교회는 어디까지나 복음정신을 떠나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이 사명에서 벗어나 정치 세력이나 김권과 밀착했던 중세 교회가 어떠했던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외되고 헐벗고 무거운 짐을 지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교회, 즉 판자집촌을 찾아가 세운 교회, 화전민을 찾아기 세운교회, 이것이 곧 복음정신에 입각한 교회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교회는 빈곤만이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복음은 전해져야 하며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원조하고 자립하여 부유케 되도록 하는 것도 큰 관심사이다.
일전 본지에 보도되었던 자조사업으로서의 가축 사육 등의 부업 장려도 복음을 위한 좋은 보조수단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음은 전문 지식의 부족이나 기술적 미숙이나 시장 조사의 부족으로 판로에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나 과거의 실패를 잘 연구하여 불완전했던 결함들을 시정하여 꼭 큰 성과 있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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