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오전 서울 상계동재개발지구에서는 가옥 주들이 자신들의 집을 마구 부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옥주 여러분 오늘은 마음 놓고 부수십시오.』
누군가 동사무소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이같이 말하자 포크레인을 동원한 약1천명의 가옥 주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기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때 한떼의 아우성소리가 몰려왔다. 약 2백 명쯤 되는 세입자들은 포크레인 앞에 주저앉기도 하고 판자집 지붕위에 올라가『이집을 철거하려면 나까지 쓸어가라』며 아우성쳤다.
내 집을 부수겠다는 가옥 주와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절대 못 부순다는 세입자들 간에 실랑이가 계속되고 급기야는 유혈충돌 사건이 발생, 주부 1명이 실신하고 세입자 몇 명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같이 살벌한 광경을 쳐다보던 구경꾼들은 도대체 왜 자기 집을 부수려하고 한쪽에서는 왜 말려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루빨리 철거를 단행, 아파트입주권을 따내야 한다.』는 가옥주들과『대책 없는 철거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세입자들의 극한대립. 이들의 대립이 표면으로 드러난 이번 사건은 비단 일반 사회에 뿐 아니라 교회에도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상계동지역이 교회가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지역이며 바로 그곳에서 이웃공동체의 분열이 발생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85년 K주교의 현장체험, 금년 6월 세입자들의 추기경방문, 서울대교구 정평위의 현장조사, 상계동본당의 철거민을 위한 9일기도…. 이 같은 일련의 애정 속에서 한 이웃이 반목하고 있다는 소식은 교회의 남다른 아픔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교회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자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건 교회는 침묵에서 깨어나 보다 실질적인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권리를 가진 떳떳한「주민」입니다』라는 세입자의 말처럼 교회도 치유자의 권리를 서서히 발휘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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