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철과 더불어 우리나라 금수강산에서는 농사가 시작된다. 때 맞게 내린 비는 모내기를 재촉했고 농가의 일손은 마냥 바빠지기만 한다. 모내기로 시작하여 가을에 거두어들일 때까지 한국 농촌은 바쁘기만 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은혜를 감사하며 일한 우리의 본분을 다했는지 한 번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주재하시는 하느님은 마땅히 올해의 농사도 풍성한 추수로 축복해 주시겠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의 본분을 다했는지 한 번 조용히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흔히 바쁠 때에는 다른 일들을 소홀히 하기가 쉽다.
흔한 변명으로 바쁘니까 또는 시간이 없어서 등의 구실 밑에 자기 정당화를 시도한다. 그런데 종교적 의무를「바쁘니까」「시간이 없어서」라고 소홀히 해서 될 말인가?
농촌사목 하면 으례히 생각나는 것이 프랑소아 밀레의 걸작품「Angelus」이다. 하루의 일이 끝난 저녁 무렵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삼종기도 종소리에 일손을 멈추고 경건히 모자를 벗어들고 기도를 바치는 그 모습、과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근대화 산업화에 밀려나 한국 농촌은 소외된 채 버려져 있었다. 농촌 신자들의 도시 유출로 인한 감소 또는 산만하게 흩어져 있기에 전교 부진으로 웬만한 공소들의 폐쇄、적어도 폐쇄는 안 하더라도 방치 상태로 내버려두는 사태가 허다하다고 들었다. 또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농촌 사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목활동이 부진하게 된다는 사정을 들었을 때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도 농촌에 파묻혀 묵묵하고 씩씩하게 심혈을 기울이며 일하고 있는 신부 수녀 전교회장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농촌사목에 관심이 부족하였음을 고백하며 앞으로는 농촌사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특히 농번기를 맞아 시간이 아쉬운 이 시기에 농촌사목이 소홀해지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밖에 나타나 눈에 띄는 일을 하는 사람을 성공적 인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교회사목에서도 이런 폐습이 침투하여 수단 좋고 사교적이어서 눈에 띄게 화려한 사업가형의 사목자들을 일 잘하는사람으로 치는 수가 많다.
참된 사목은 외형적 성과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 성과 영신적 성과에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평가하는 것과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소홀히 하기 쉬운 농촌사목을 다시 한 번 평가할 때가 아닌지 생각된다. 특히 농번기라서 농촌사목 활동을 후윌로 미룬다면 더욱 안 될 말로 우리는 농번기가 육신적 차원에서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는 시기라면 영신적 차원에서도 풍성한 은혜의 시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영적으로 또는 육신적으로 풍성히 베풀어주신 이 좋은 때에 우리는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도 소홀히해서는 안 되겠다. 흔히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영과 욕은 적대되는 것으로 불가상용적이라 했다. 실은 이치적으로 볼 때 비기독교적이다.
즉 영혼도 육신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주셨고 이를 창조하시고는 이를 보시고『참으로 좋다』하시었다. (창세기 1ㆍ31) 하느님께서는 우주 전부를 축복해주시고 이를 잘 쓰고 잘 관리하라 하셨다.
따라서 우리는 농번기라 하더라도 농촌의 신자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 교회 내에까지 침투된 잘못된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시정하고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영육 모두를 축복해 주신즉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다 같이 잘 씀으로써 이 세상에 벌써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행복하면 흔히 물질적 풍요만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참된 행복은 영적 풍요와 물질적 풍요함이 병행해야지 이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라도 빠진다면 참된 행복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고 교회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뜻으로 교회 주도의 새마을 사업이나 협동작업을 한다거나 또는 한두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을 성취시키는 일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꼭 명심하고 우선되어야 할 것은 농번기일수록 농촌사목에 더욱 주력하여 영육 모든 면에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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