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신부-그 심정을 알 것 같군요. 앞으로 사목 방침에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병 중에 있는 형제를 그처럼 외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천주님을 믿고 은혜를 바라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C=감사한 말씀입니다. 신덕이 모자라 일시 신앙생활을 중단하고 나쁜 표양과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통회하고 속죄하는 뜻으로 자기 성화와 전교활동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P 신부=건강을 보존하시오. 건전한 육신에 건전한 신심이 깃드니까요.
C=그런데 신부님 그간 사회활동과 교회 참여를 못한 공백을 채우는 의미에서 전체 교우의 복지와 지역사회에 이바지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해 볼 작정올시다. 우선「신용협동조합」운동 같은 것부터 말입니다.
P 신부=훌륭한 생각이군요.「신용조합」운동은 교구에도 매우 유익하니까요. 그런데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비판을 가할 점이 많습니다. 신자들끼리 횡적 유대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점이 당신을 고독하게 만들은 결과입니다.
주일미사 후에는 잠시라도 교우 상호간이 교환(交換)할 수 있는 여유가 아쉽고요.
겨우 뒷자리에 앉았다가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빠져나가는 소극적인 신자나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신자임을 감추는 자신 없는 교우는 앞으로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C=옳은 말씀입니다.
미사 참여 말씀이 났으니 말입니다마는 우리들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신앙 고백이나 예절 등의 형식을 통해서 천주님과 대화함으로써 종교생활의 실감을 느끼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왕왕이 미사 참여 때 앞자리가 비어 있어도 뒷전에 서성거리는 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딱한 일입니다.
좌석 배열에 있어서도 구태여 남녀를 구별하는 것은 보수적이 아닐까요? 가족이면 동석하여 일가 단란하고 남녀노소가 서로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하며 진심으로 축복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바람직합니다.
더욱 성가대의 합창과 교우들의 제창이「하아모니」를 이루어 거룩하고 감동적인 미사 성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 신부=좋은 의견이군요.
미국의 어떤 교회에는 앞자리를 서로 다루어 교회와 전용 계약을 맺는 가족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앞장서고 진취성 있는 신자가 되어야지요. 물론 교만해서는 안 되고 겸양의 덕을 갖춘 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신자들은 철저한 사랑의 실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랑이 없는 사회는 각박합니다.
근자의 사회상을 보시오. 인권을 유린하는 일, 인명을 경시하는 일이 급증하고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지 않습니까? 이 모든 현상이 사랑의결핍에서 기인되는 것입니다.
C=지당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의 극치는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는데 이 사랑을 더 넓게 실천하자면「사랑의 사회 건설」에 있다고 갈파하신 김모이세 신부님의 강론이 상기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히 들었습니다. 영혼 육신 공히 성총 지위에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주님의 가르침대로 모든 일에 충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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