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어둠이 사위를 휩싸안은 한밤의 시간이면 이름도 없는 나의 이야기들을 하나둘 주워 담는 일을 꽤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다.
그 숱한 밤을 이어온 나의 언어들、나로 하여금 북받치는 오열을 입 속에 깨물며 초엽 같은 자의식을 불러일으켜 내 영혼 안에 빛과 미소를 던져주기도 한다.
오늘도 타다 남은 십여 개의 촛불을 밝혀놓고 내 삶의 하나하나를 그려보며 고즈너기 앉아있는 인내를 배운다.
올 들어 십여 차례、정확히 말한다면 열두 번 만났을까? 오늘도 별 의미없는 눈인사와 겉치레의 몇 마디、해후의 만남이든 아니면 일방적인 만남이든 간에 정을 나누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가리워진 베일만은 벗겨야 되지 않겠는가? 「마음이 지척이면 천 리도 지척」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비록 상대방은 그럴리야 없겠지만 왜 부담을 갖고 만나야 하는가? 공적 사적인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상대방이 모○○의 한 사람이라서 그럴까? 이해관계도 없었고 없을 텐데….
바람직한 모든 것이 무리하게 탈취되어 버린다면 이 세상은 침묵의 세계가 될 것이다.
도시는 은자의 거처가 될 것이요 양떼는 밀집한 군중 가운데서 발견되리라. 그 누가 자신의 고독한 생각이나 견해를 감히 알리려 하겠는가?
어떤 거대한 힘의 한 부분으로 귀착되어버린 인간성이라손 치더라도 나、우리다운 신념만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리라고、또한 우리 마음속에 언제나 봄 햇살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훈훈한 마음을 지녀야 하겠다고、단 한시도 사람과 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사회 그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대화 속에 과연 저 태양의 훈훈함이 얼마나 깃들어 있을까? 자연스럽고 훈훈한 대화가 형성되지 못한 채 레이다에 걸려 갈갈이 찢어진 언어의 형태만을 남겨놓은 대화의 수가 더 많지는 않는 걸까? 생각할수록 밀려드는 슬픔이 흉곽만을 둘체이는 것 같다.
우리에게 좀 더 따뜻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과학 문명이 모든 물질을 분해 분석하듯이、인간을 물질화 내지 의인화하여 우리의 존재의식마저 통계상의 숫자처럼 처리되는 착종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린 나、우리 본연의 마음마저 빼앗겨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마음의 저 깊은 보통이에서 모닥불처럼 서서히 피어나는 그 순수하고 정기어린 한 줄기 불길만은 사수해야 될 것 같다.
평온스런 밤、자신의 그 모두를 태우며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촛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껴야하는가? 노아의 홍수처럼 밀려드는 인간 소외의 거센 물결 속에서 나 자신의 고뇌만이 되기를 바라지만 광명을 위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원하는 이들에게 자아를 상실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우리들 중 적어도 몇몇은 스스로의 사고를 포기할 만큼의 어리석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신적 자아를 상실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소유하려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는 몇 분의 사람들、부정한 굴레에서 벗어나 버림받는 인간、벙어리 되어가는 인간들이 찾지 않는 이름뿐인 인간이 되지는 말자. 다시 한 번 올림프스에서 횃불을 가져와 광명과 대화를 나누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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