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은 성소주일로 정하여져 있다. 성소란 넓은 의미에서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를 자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일에서 말하는 성소는 그리스도의 특별한 부르심에 대한 사제와 수도자의 응답에만 국한하고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므로 이 성소는 그야말로 성소 중의 성소로서 이것 없이는 교회의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기간적 요청인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세계사조의 격변기를 당하여 또「바티깐」공의회 후의 과도기를 통하여 성직자 수도자의 성소가 일시적인 감퇴현상이 일어나고 무더기로 그들의 환속문제까지 겹치게 되어 한때는 교회 내에 일단의 위기감마저 던져 주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후의 격동기를 지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 감퇴와 환속의 증가율이 많이 둔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났음은 일단의 안도감을 주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볼 때에는 현대의 사조와 교회의 현여건으로 보아 성소의 감퇴경향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중에도 특히 수도자보다는 성직자 측이 보다 더 염려스럽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으로 보여진다. 그러한 견지에서 여기서는 주로 사제 성소에 중점을 두고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제는 오늘의 복음에서 듣는 바와 같이 착한 목자로서 자기 양을 위해서는 그 목숨까지도 바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을 잘 돌보아 주어 그들이 한 떼가 되어 한 우리 안에 있게 해야 한다. (요한 10ㆍ11~16) 이와 같이 성직자는 교회의 지도자이며 교회 일치의 중심점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우의적으로 신도들을 양에 비하고 성직자들을 목자에 비하되 그 목자는「참된 목자」라야만 되겠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면 질적으로「착한 목자」, 양적으로「많은 목자」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겠는가? 여기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즉 성직자가 되도록 보내주는 가정의 부모 측과 성직자가 되고자 하는 본인 자신과 그리고 성직자가 되게끔 지도 교육하는 교회 당국의 세 가지 면이 있다.
첫째로 가정의 부모들이 먼저 착한 신앙의 가정이어야 하겠다. 착한 부모 밑에서라야 착한 목자들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부모들이 항상 성직자와 수도자에 대해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과 행동을 그 자녀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만약에 부모들이 그와는 반대되는 비판적 태도를 취했을 때에는 그 자녀들의 움 트는 성소의 싹을 꺾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다음은 성직자가 되겠다는 본인도 근본적으로 착한 소질의 사람이어야 하겠다. 또 그 지능 면에 있어서도 우수한 재질을 타고난 사람이라야 하겠다.
왜냐하면 그는 장차 착한 목자인 지도자가 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부터 교회 안에서 와전되어 오는「머리 좋은 자식은 일류대학으로 보내고 그만 못한 자식은 신학교에 보낸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물론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어디까지나 착하고 우수한 재질을 본인에 대한 성소의 표준으로 삼아야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대신학교에서는 국가예비고사 합격자에 한하여 입시 자격을 부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과거의 성소 지망자의 안일한 자세에 대한 좋은 경고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성소를 받아들여 이를 육성 지도하는 교회 당국자의 입장을 살펴보건데 첫째는 현역 사제들의 표양문제이다.
특히 일선 사목을 맡은 사제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순진하고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그들에게 사제생활의 거룩함과 행복감ㆍ기쁨ㆍ믿음ㆍ희망ㆍ사랑에 찬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성소계발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만약에 그와 반대되는 모습들이 나타났을 때에는 청소년들의 성소에 대한 푸른 꿈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직접 성소교육을 담당한 신학교에 관한 문제이다. 일차적성소의 관문에 들어선 그들을 착하고 우수한 목자로서의 수련을 쌓는 성소완성을 시키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 신학교이다. 이러한 임무를 맡은 교수 사제들의 책임이야말로 결정적인 것이다. 그들은 신학생들의 인간 성숙ㆍ인격 완성ㆍ사제상의 확립 등등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학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사제로서의 인격 형성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이와 같이 좋고 많은 성소의 계발과 육성은 오직 가정과 본인과 교회 삼자의 일치된 노력과 협력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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