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동본당 교우들의 고마움을 표할 데 없어 펜을 들었다.
1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방문해준 교우들의 기도와 염려해 주는 덕택으로 우리 모녀는 하느님께 진정 매달릴 수 있었다.
엄마가 자궁암으로 누워서 부활주일을 두 번 맞았는데 그때마다 본당 신부님은 외롭고 가난하고 신앙생활 또한 별로 열심치 않은 보잘 것 없는 우리 가정에 오셔서 강복을 주셨다.
보좌신부님, 또한 몇 번 오셔서 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추시고 기도하여 주셨다. 하루도 끊일 새 없이 많은 교우들이 오셔서 아픔의 고통을 잘 참아 받을 수 있도록 성경 귀절도 읽어 주시고 오랫동안 씻지 못해 냄새가 나는 온 몸을 어루만져 주며 안타까와하는 처음 보는 교우들. 엄마의 영세 대모님은 일흔이 다 된 노인인데도 불구하고 좋다는 약을 구하러 백운대 꼭대기에 올라가서 바위웃을 뜯어 오시고 지금도 임종을 지켜 보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오시며 진통이 계속되는 날엔 밤을 꼬박 새우며 퉁퉁 부은 배를 밀어 주신다. 견진 대모님은 저녁이면 사위가 사다주는 밀감을 모아 가지고 오셔서 손수 까서 입에 넣어 주기도 하신다. 전교 회장님 신부님 누님 바쁘신 중에도 며칠이 멀다 하고 자주 오시며 25일간 먼 데서 매일 같이 기도하여 주신 할아버지 저의 견진 대모님 또한 얼마나 고마왔는지. 도저히 막을 수 없이 하혈을 하는 엄마를 병원엘 끌고 다니며 애쓰시던 일, 지금도 나를 불쌍히 여겨 슬픈 눈길로 바라보시던 그 모습이 선하다.
그 많은 수고와 사랑을 어찌 글로써 다 쓸 수 있을까….
하느님만이 아시고 하느님만이 갚아 주실 수 있으리라.
이제 모든 은혜를 받고 나의 엄마는 하느님 곁으로 가려 하신다. 잠시도 떼어 놓을 수 없는 딸을 두고, 성모 마리아는 엄마의 영혼을 위하여 여러 교우들을 위해 오늘도 우리 주 하느님께 기도하여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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