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의 노란 색조에 눈이 부실 때 성급한 대학들은 축제의 환호를 발하기 시작한다. 5시 이후의 밤거리를 걸어보지 못한 우리들이지만 젊음의 구가가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런 때에 우리에겐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런 부활절이 다가온다.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부활 달걀도 외국 대학들의 포도주와 빵 젊음뿐이라는 부활제도 우리에겐 거리가 먼 풍문의 이야기들이다. 우리에게 남는 건 타대학들의 중간시험 무렵 기분 내키지 않는 며칠간의 부활 휴가가 고작이다. 휴가를 끝내고 자신을 조용히 여미어 볼라치면 이내 성소주일이 앞을 가린다. 그 하루를 위하여 우리는 며칠 동안의 쓴 노고를 들인다. 뽀얗게 먼지 앉은 유리창을 닦아야 하며 바닥의 흙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학교를 자랑하려고 Open House에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우리들은 피로를 느낀다. 성소주일에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까뮈의 이방인을 뒤적인 적도, 나만큼 쓸쓸해하는 친구와 셋이서 몇 병의 콜라를 사다 놓고 문을 걸어 잠그고는 우리만의 조촐한 자리를 벌인 적도 있다. 사방에서 들리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와 너무나 떠들썩한 군중들 속에서 정작 우리들은 외로왔던 것이다. 누구를 위한 성소주일일까? 하고 의심해보기도 했고 도시락 싸 들고 버스를 전세 내어 단지 놀러온 것이 아닐까? 과연 몇 사람이 성소주일 덕택에 신학교에 들어올까? 하고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땅거미가 내리면 그들은 아무런 미련 없이 훌훌 떠나 버린다. 마치 붐비던 대목 장날 장군들이 다 돌아간 후의 장터 마냥 신학교는 인적이 끊어진다.
휴지만 뒹구는 다음날 월요일 아침. 아무의 발자취가 닿지 않을 법한 장소에서 빵 비닐 봉지와 콜라병을 발견하면서 오늘 추기경님의 특별 휴가가 내릴까를 점친다.
얼핏 듣기에 이번에는 예산 부족으로 별 준비를 못한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것인가?
우리가 성소주일에 할 일은 하기 전의 준비와 마친 후의 청소뿐인데도 왠지 기다려진다. 만발한 벗꽃을 지척에 두고, 학교가 온통 노랑으로 물들어도 계절의 의식이 없이 지내다가 제단 위의 꽃병에 화사한 꽃가지가 풍성하게 꽂힐 때 야 4월인가 하는 신학교의 생리 속에서 하루 만의 흥청거림마저 없다면 너무나 무미건조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고독에 빠질 각오를 하면서 성소주일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어쩜 그럴런지도 모른다. 벤취에 앉아 있던 마지막 몇 사람까지 수은등에 긴 그림자를 끌면서 주체하기 힘든 그 감정 극복의 시도를 위한 억지 기다림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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