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의 크라피나라는 동굴은 네안데르탈인의 뼈 조각들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네안테르탈人이란 10만 년 전부터 3만5천 년 전까지 지구상에 서식했던 구인족. 헌데 크라피나 동굴의 인골이 특별히 유명해진 까닭은 그것이 식인 풍습의 흔적을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뼈들이 모두 조각이 나 있을 뿐 아니라 불에 그슬린 자국이 나 있다는 것이다. 네안테르탈인 전부가 식인종이였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인류 최고의 단묘를 만들 정도로 개화돼 있었다. 크라피나인들이 동료를 잡아 먹었던 것은 아마도 굶주림 때문에 저지른 예외가 아니었나 추측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쨋던 인류는 약 10만 년 가량의 식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생 인류가 때어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도 살인과 식인의 습성은 문명의 골수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중국의 소설가 魯迅의『狂人日記』를 펼쳐 보면 식인 문명에 대한 예리한 풍자가 번득이고 있음을 보게 된다. (4천 년 동안 계속 사람을 잡아 먹어온 역사를 가진 우리.) 처음엔 몰랐으나 이제는 알았다. 참다운 인간은 보기 어렵구나) 하는 것이 광인 주인공의 푸념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찾아온 손님에게 묻는다.『사람을 잡아 먹는 것은 옳은가? 』『흉년도 아닌데 어떻게 사람을 잡아 먹습니까?』그렇다면 흉년이 들면 사람을 잡아 먹어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크라피나 동굴의 경우하고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흉년이 들면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논리가 은신 둔갑술을 부려 세비로 양복 차림에 하이칼라 머리를 하고 나타나면『인구 폭발 때문에 식량 부족을 초래하지 않으련만 배 속의 태아부터 죽여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크라피나 동굴의 네안데르탈人은 식량이 없어 사람을 구워 먹었다. 그런데 현대의 마천루에 사는 호모·사피엔스들은 있는 식량을 혼자 먹기 위해 제 새끼를 죽여 버리는 셈이다.
눈에 보이는 자식만 자식이지 눈에 안 보이는 자식은 죽여 버려도 괜찮다는 것이 자위라면 자위다. 헌데 그 많은 현대인들이 꼭 흉년 때문에 태아를 살해하느냐 하면 그건 그렇지가 않다. 모르기는 몰라도 상당수의 태아 살해자는 아마『귀찮아서』죽이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생아를 낳았다가 조강지처한테 들통이 나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귀찮아서 처치해 버린다. 둘만 낳아서 여생을 꽃꽂이나 하면서 편히 지내려 했는데 덜컥 애를 또 배 놓았은니 귀찮아서 죽여 버린다. 어쩌다가 장난질을 좀 친 것뿐인데 배가 불러오니 겁이 나서 쓱싹 처치해 버린다. 그럼 왜 임신은 했느냐고 물을라치면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느냐고 되려 악을 쓴다 .
하기야 그렇다. 그럴 줄을 몰랐고 방심과 방종과 무책임과 소돔과 고모라 때문이었을 뿐이다.
지금 전 세계 문명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업종 중의 하나가 바로 도색산업이다.「엠마누엘」이니「오의 이야기」니 하는 따위의 기구 망측한 도색 영화가 낙양의 지가를 울리고 있는가 하면 각종 포르노ㆍ잡지ㆍ필름ㆍ사진ㆍ소설ㆍ유흥업들이 성의 해방을 구가하며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어 수많은 중절 예비 태아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도리가 없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뜻 밖의 태아들을 죽이는 데도『흉년이 들어서···』를 구실로 내세운다면 그야말로 지나가던 강아지도 웃을 일이다. 그러니 식량 절약을 위해 태아를 죽이기 이전에 우선은 그 원인의 고조할아버지쯤 되는「노세노세」문명부터 처치해 보는 것이 일의 선후가 아닐까.
저 하고 싶은 짓은 다 해가면서 애꿎은 태아들만 박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얌체 같다. 절제생활도 성 도덕의 준수도 피임의 성의도 다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식량 아까운 줄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걸핏하면 수술들을 척척 해제끼는데 참 담들도 크다.
왕년의 인기 스타 도레스 데이가 쉰두 살 나이에 마흔한 살 난 연하의 남자와 네 번째 결혼에 골인했다는 소식이다. 모두들 악을 쓰며 즐기려 드는 판이다. 10개월 미만의 무고한 태아를 살리는 데에 그 절반 만큼의 악만 써 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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