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두 개의 성가집 때문에 불편을 느낀다는 독자론단의 글을 읽고 한 번 다루어 보고 싶던 이 문제를 거론하기로 했다.
어느 누구도 성가가 교회 전례의 중요한 협동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지 성가는 유행가와 달라서 그 나름대로의 역사와 전통으로써 신자들과 맺어져 있는 것이며 따라서 시대의 변천에 따르는 새로운 대치는 신중히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미 본지에서 가톨릭「음악 전통의 계승과 민족 고유성」의 표현이라는 견지에서 그레고리안 성가의 부흥과 새로운 한국 성가 보급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최근까지 우리들은 서울교구(1924) 대구교구(1936) 함흥교구(1938) 등에서 발간한 가톨릭 성가집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가톨릭성가집」(1957)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약간 낡은 느낌이 있지만 오늘날 남녀노소에 걸쳐 매우 친숙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테면 한국가톨릭 성가집의 규범을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성가집은 공식으로 여러 교구의「전국통일성가위원회」대표자 회의를 거쳐 편집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중요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1974년 대구대교구와 서울대교구 인가로 된「새 전례 가톨릭성가집」이란 것이 발간되었다. 이것은 1957년에 발간된 가톨릭 성가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문근 신부의 편찬으로 되어 있으며 신곡이 상당히 많이 끼어 있다. 溫故知新의 태도라 볼 수 있으나 한국 가톨릭 신자 전체가 사용한다는 여건을 생각해서 전국 교구의 가톨릭 음악 대표의 협의를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와 때를 같이 하여 1974년 대구교구 교회 검열이라고 적혀 있는「가톨릭 공동체 성가집」이란 것이 또 나왔다. 근 20년 동안 사용해온 전통적 성가집 대신 새로이 발간된 이 두 개의 성가집은 일종의 판권 경쟁이란 인상마저 아니 느낄 수 없다. 현재 필자는 예컨대 세 군데 성당에서 각기 다른 세 개의 성가집을 사용하는 경우를 알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가톨릭 공동체 성가집」의 경우 대부분 외국 성가의 소개와 국내의 몇몇 분들의 개인적 창작 성가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성가집의 발간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성가 부르는 데에 게으른 신자들은 옛날 성가와는 담을 쌓게 되고 새 성가에 대해서는 빨리 적응이 되지 않아 교회의 커다란 과제인 성가 개창과는 더욱 멀어져가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새 성가집은 결과적으로 한국 성가의 전통을 단절시키는 역할을 했으니 가톨릭 성가집을 둘로 셋으로 갈라 놓고 말았다. 예컨대「성모의 밤」같은 교구의 큰 행사 때 두 개, 세 개의 성가책이 어떤 혼란을 일으킬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성가 보급운동을 위한 성가 경연대회라든가 성가 합창대회 등은 오히려 결과적으로 성가의 분열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가톨릭 음악인은 성가운동에서부터 후퇴해야만 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되고 만다.
이러한 현실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은 다음과 같이 진지하게 제안을 해 두고자 한다. ①한국 교회가 공인하는 한 권으로된 성가집을 편집 발간한다. ②이를 위해서 전국 각 교구의 음악대표자 회의에서 옛 성가의 계승과 새 성가의 채택문제를 엄격히 평가 결정한다. ③그레고리안 성가와 한국적 성가, 그리고 젊은이들을 위한 생활의 성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이와 같은 절차에서 이루어진 한 권의 통일 성가집의 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한국의 가톨릭교회 음악은 더욱 큰 혼란과 손상을 면치 못할 것으로 염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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