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고 성모님의 찬미가 드높은 5월이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팠던 20년 전의 5월을 생각하면서 시련을 이기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새삼 감회가 깊어진다.
20년 전 나는 가장 사랑하던 외아들을 군에서 잃었다. 온 집안의 희망이던 아들을 잃은 지 2달 후에 남편도 아들의 뒤를 따라가 버렸다. 시어머님과 딸 넷 때문에 나마저 죽을 수가 없어서 이를 악물었다.
불행을 당한 후 우리는 스스로 신앙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고비를 당할 때마다 오직 하느님께 의지하며 견디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착하고 성실해서 항상 나를 걱정하며 위로해 주고 남의 모범이 되어 주었다.
이제 강산이 2번이나 바뀐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제 아버지 시신 옆에서 빨래하는 흉내를 내던 막내도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그동안 맨주먹으로 대학을 나와 동생들을 대학까지 시켜가면서 내 오른팔 구실을 한 둘째 애를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만이 앞선다.
천직처럼 교단을 지키며 한창 때에 제 실속 하나 차리지 못하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해 왔던 애다.
희생의 대가로 동생들은 남에게 부끄럽잖게 되었고 집안도 형편이 피었지만 나를 대신해서 바쳐진 그 애의 희생을 어떻게 해서 보상하겠는가. 너무 외롭게 살아온 세월들이라 이제 그 애에게 서로 이해해 주며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착한 반려자를 구해 주는 것이 나의 최대의 의무이리라.
시골에 사는 예순을 넘은 노인네가 어떻게 요즘의 젊은 청년들을 알 수도 없고, 게다가 우리 애는 연애 같은 것은 하라고 시켜도 안 하니 그게 걱정이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만 맡기고 있기에는 너무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신 하느님께 다시 맡기며 멀리 아이들이 있을 산 너머를 바라보면서 묵주알을 굴려본다.
▲이 난은 주부들을 위한 난입니다. 자녀 교육이나 가정생활 등에 관해 유익한 내용이면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주부 여러분들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매수는 2백자 원고지 5매.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불합니다.
〈편집자 註〉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