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세계 홍보의 날에 즈음하여 교황 바오로 6세는 교회와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5월 14일자 국내 일간지들은 이 메시지를 일제히 요약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기사에는 한결같이「통신의 날」메시지라고 돼 있어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보의 날은「기술적 진보와 영향력이 날로 확대돼 가는 홍보 수단의 놀라운 가능성과 거기에 수반되는 막중한 책임을 깨우쳐 주기 위해」제정됐다. 그러나 그 제정 목적은 커녕 홍보의 날 자체가 아직 홍보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홍보의 날이「통신의 날」로 보도된 것은 극히 사소한 오보라고 볼 수도 있다. 영어 원문에는 분명히 COMMUNICATIONS DAY로 나와 있으니 외신 번역이 잘못된 탓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홍보를 잘 하기 위한 홍보의 날이 홍보가 안 된 데는 역시 개운치 못한 여운이 없지 않다. 동시에 이처럼 사소한 오보에서 교회의 전근대적 홍보 자세와 홍보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어떤 통증까지 느끼게 된다. ▲교회의 홍보에 대한 마음가짐이 과거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홍보 기술 면에서는 조금도 나아진 게 없고 홍보 기피증 역시 그 뿌리가 너무나 깊다. 특히 겸손과 봉사를 미덕으로 수도를 하고 있는 단체들에서는 겸손의 차원을 넘어선 기피증 증세가 있다. 홍보 수단에 관한 사목훈령「일치와 발전」에서도 홍보 수단은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창의적 활동을 통합하도록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자신을 알리지 않고, 남들과 정신적인 이해와 관심과 협력과 일치를 도모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일치와 발전」은홍보 수단이 끼칠 수 있는 폐해도 지적하고 있다.『서로를 잘못 이해하도록 하여 불화를 일으킴으로써 무수한 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홍보의 날 교황 메시지에서는 특히 인권문제와 관련, 홍보 수단의 사실 왜곡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이념ㆍ원칙ㆍ가치ㆍ해석을 교묘히 조작하고, 대다수 사람의 비판력을 약화시키며 일반적인 여망을 제시하거나 촉구하는 일종의 문화적 압박을 행사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이 같은 문제점들을 적시한 후 교황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당국과 홍보 종사자와 수혜자들에게 시의(時宜)적절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르침은 바로 교회 자신이 실천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서로 알아야 서로 가까워지고 자유롭게 되며 깊이 결합된 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홍보 수단과 방법에 대한 교회의「실천」을 촉구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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