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껍질을 벗기려 하는 것을 봤다면 주인은 단호히 호통을 칠 것이고 자기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극진히 공경하는 데 부당하다고 비난을 하며 모욕적인 말로 불경을 한다면 입이 있는 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영적인 자녀로 태어나게 하고 돌보아 주시는 성모님을 공경하는 데 비방을 한다면 자녀된 도리로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포도나무에 소독을 하는 때를 같이하여 성모성월이 시작된다. 즉 그리스도가 포도나무라면 성모님은 표피(表皮)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무를 아끼는 자가 껍질을 보호하듯이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신자가 성모님을 공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데 일부에서는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인간힘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면 우리 신자 중에도 소홀히 하는 분이 없지 않으니 제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성모님을 열심히 공경하던 신자가 냉담하였다던가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는 예를 들어보지 못했다. 반대로 이름난 성인은 성모님을 공경했음을 보게 된다. 그럴 것이 나무는 껍질로 수액을 흡수해서 성장하고 사랑은 어머님을 통해서 자라게 되며 신자는 성모님을 통해서 신앙생활이 향상되니 말이다. 따라서 나무는 죽어야 껍질을 벗기는데 그리스도는 생활한 생명의 나무인데 어떻게 성모님을 제외할 수 있겠는가? 성모님이 승천하신 것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며 또한 표피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도토리 나무와 밤나무를 껍질을 벗기면 한 눈에 분간하기 어렵듯이 차를 타고 도읍을 지날 때 십자가만 보고는 어느 교회인지 식별할 수 없지만 성모상을보면 마치 껍질만 보면 소나무를 알 듯이 누가 봐도 천주교회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성모상이 밖에 있는 것은 껍질이 나무를 보호하듯이 예수님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기실 생명의 나무가 온 세상을 덮어 모두가 그늘 아래 쉬게 하는 것도 줄기가 되는 교회가 그를 보호하기 위한 성모 공경에 있다고 생각된다.
요컨데 껍질을 아주 벗기면 나무가 마르듯이 신자가 성모님을 도외시한다면 신앙이 메마를 것이다. 더구나 아기는 어머니가 있어야 하듯이 우리는 아직 적자에 불과함으로 성모님의 보호가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 없는 자녀가 옷이 깨끗할 수가 없는 것 같이 성모님을 떠나서 마음의 옷이 깨끗하기가 용이치 않으니 말이다. 한편 자녀가 어머니를 배신하여도 어머니는 항상 자녀를 걱정하며 돌아오기를 원하듯이 성모님은 오늘도 온 인류가 그 품 안에 들어오기를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죄를 지어 아버지가 매를 들 때 엄마 품에 안겨야 위기를 모면하듯이 지금 하느님은 매를 들고 계시니 두 팔을 벌리고 감싸주려 할 때 뉘우치고 안겨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 논단은 애독자 여러분의 난입니다. 교회 내의 건설적인 제안이나 비판이면 무엇이든지 환영합니다. 매수는 2백 자 원고지 5~7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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