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 가난한 이웃돕기운동이 근자에 무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기쁜 현상이다. 지난번 사순절 이웃돕기운동을 비롯하여 도시본당과 농촌교회 사이의 자매결연이나 공소를 돕는 일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 본지 보도에 의하면 서울 돈암동교회(주임=송광섭 신부)에서 실로 파격적인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개요를 보건대 같은 교구 내 문산본당 소속 금촌공소는 경기도 파주군청 소재지로서 20년 전에 설립되었으나 교세 미약으로 오늘까지 본당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돈암동교회는 주임신부와 회장단이 현지를 답사 검토하고 4천만 원이 소요되는 2백 평의 성당을 단독으로 신축 봉헌하기로 작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즉시 본당 신부와 회장단이 솔선 거액의 헌금을 시범하여 불과 1주일 만에 이미 1천6백만 원의 기금을 확보하고 8월에 착공 금년 말 안에 완공키로 계획이 짜여져 있다.
이와 같이 한 본당이 다른 본당의 성전을 단독으로 부담하면서 도와준 예는 이제까지 일찌기 보지 못한 쾌거이다. 특히 돈암동 교회는 지금은 서울 성북지구에서 가장 큰 교회이지만 당초에는 꼴룸바노회에서 성당을 세우고 사목해오다가 이양 받은 역사를 지닌 교회로서 외국인 선교회에서 받은 큰 부채를 갚아보자는 큰 뜻이 그 동기가 되었다고 하는 점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연대의식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행동의 기본 강령을 갖고 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느님과 인간과의 연대이고 인간 상호간 연대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우리의 신앙 자세를 돌이켜볼 때 하느님과의 수직관계에만 치중하고 하느님 안에서의 인간 상호간의 수평관계에는 소홀했던 느낌이 많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또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개인 대 개인의 관계보다는 집단(공동체) 대 집단의 관계의식이 매우 희박했었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크리스찬이 자기중심적 신앙의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이고 보다 타인 중심적 사랑의 신앙으로 탈바꿈돼야 하겠다는 자각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소이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 교회 공동체가 같은 교회의 다른 공동체와의 사이에서 너무나도 자기 공동체 위주의집단중심적 자세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오늘날도 하나의 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든다면 교구는 자기 교구 위주로, 본당은 자기 본당 위주로 심지어는 같은 본당 안의 각 단체는 자기 단체 위주로 운영되어 다른 교구나 이웃본당 다른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성 없이 오히려 무관심할 정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오늘날 유기적 사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인간이 원래 타인과 연대없이 생존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모든 집단도 타집단과의 연대 없이는 존립 발전할 수 없다. 더욱이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한 지체를 이룩하는 유기체로서 서로 더욱 밀접히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집단이 자기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가면서도 그들의 공동 이익의 추구와 외부 침해에 대한 공동 방위를 위해서는 연결적 단결을 공고히 하는 것을 볼 때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한 몸의 각 지체인 교회 공동체 간의 연대의식의 희박성은 크게 우리의 회심을 촉구하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웃 교구의 어려움이나 이웃 본당의 가난함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교구나 본당이 오불관언의 태도를 취하고만 있다면 이것은 확실히 현대적 의미에서의 애덕의 거역이라고 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요즘 교회 안에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이웃 돕기, 가난한 본당과 공소돕기운동이 불불고 있는 징조는 진정으로 흐뭇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 실예로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완도본당과 문장공소에 대한 교회 각 지체들의 성원이 그것이고 또 전술한 돈암동교회의 금천공소를 위한 본당 벽을 넘은 형제애의 실천을 보고 감사와 격려의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돈암동본당을 보라]고 모든 교회 단체들에 외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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