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년 교제 끝에 결혼하여 결혼생활 9년에 접어들었다. 남편을 알게 된 것도 벌써 12년째다. 그런데 아직도 남편이 영세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내가 못난 탓이다.
15살에 영세하여 20여년을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신앙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나의 생활을 반성해 본다.
우리는 처음부터 종교적인 문제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후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져도 유아영세만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혼자 믿는 것만 승낙한 셈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라 본인이 느낄 때까지 부모가 강제로 종교를 정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남편과 명동성당에서 관면혼배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성당예식이 아니고는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는 내 주장을 끝내는 들어준 셈이다.
이렇게 하여 첫애를 낳고 나는 첫아이를 영세 시킬 때 남편이 낚시 가기로 약속된 날을 잡았다. 영세하고 난 다음에는 어찌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나간 남편은 낚시가방을 메고 아침에 집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어『오늘 재호를 영세시키려고 해요』라고 말했더니『왜 진작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라고 하시면서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성당에 가 주셨다.
본명을 안또니오로 정하고 우리 세 식구는 성당에서 기념촬영까지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둘째아이 재연이는 남편이 대구로 내려 가셨을 떼 나 혼자 본명을 율리아나로 정하여 영세를 시켰다.
훗날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재연이를 안나로 부르고 계신다. 지금도 가끔은….
이 모두가 나에게 참 으로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 동안 싸움도 여러 번 했다. 자기 편한대로 어떤 때는 성당에 하루 안가면 어떠냐는 것이다.
나는 싸우기 싫어 가끔은 이러면서까지 성당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남편 비위를 맞추기 위해 몇 번 주일미사를 거른 적도 있었다. 이것이 모두 나의 신앙심 없는 종교생활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지내는 외짝자매님들을 생각하며 주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기도한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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