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滿醉)ㆍ대취(大醉)의 시작도 결국은 한 잔에서다. 한 잔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대취를 꾸짖을 자격이 없다.
민들레 한 송이를 하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꽃다발을 받을 자격이 없다. 씀바귀나 냉이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장미나 모란의 아름다움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시어터진 깍두기와 열무김치의 맛을 무작정 헐뜯는 사람은 고량진미·산해·진수성찬을 받을 자격이 없다. 민주주의가 안 된 나라에서는 또 다른 주의(主義)를 말함에 있어 침을 튀길 자격이 없다. 하나의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집단의 번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상식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법과 질서를 말할 자격이 없다.
병든 자가 건장한 자를 헐뜯음은 참아야 하나, 부자가 가난한 자를 욕할 땐 살펴 깊이 생각해야 하며 초야(草野)의 백성이 공경대부를 욕함은 으례히 있는 일이나 권력을 가진 자가 백성을 꾸짖고 벌을 줄 땐 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법이다.
환자가 의사를 속일 수는 있으나 의사가 환자를 희롱함은 존엄한 신(神)의 영역을 침범함이 되어 생사를 기롱한 죄가 된다.
교사가 교장과 문교행정을 비난함은 더러 그 비례(非禮)를 질책할 수 있으나 교장과 장관이 교사를 비난함은 그 화가 배우는 아이들에게 미치게 되어 삼가야 하는 법이다. 백성이 정부를 탓하되 정부가 너그러이 하면 그는 정부의 덕(德)을 쌓는 것이 되나 정부가 백성을 한 대 갈기면 백성은 몹시 서러워 앙앙불락(怏怏不樂)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즐거움은 조금씩 넉넉해지는 깨달음에 있고, 부자의 즐거움은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기는 도리에 있고, 힘 있는 자의 즐거움은 힘없는 자를 감싸주는 너그러움에 있는 터이다.
이 모든 것이 비록 쓰레기 같은 소리라 할지라도, 단 하나「미워하는 삶」보다는「사랑하는 삶」이 한결 아름다운 것일지니, 미워하는 법만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날마다 너나 나나 나라가 그 아니 즐거우랴.
보라 산에 들에 핀 한 송이 두 송이 산꽃 들꽃, 사랑을 받는 꽃이 더 아름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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