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성탄절에 마다가스카르 주교단은「교회와 정치에 관하여」라는 교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교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이유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 이념을 즉시 속임수 거짓말 공약(空約) 사탕발림으로 알아듣는다. 집권하거나 집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도둑질을 할 기회 위선과 폭력 상호 저주와 분열 심지어는 살인의 기회로 간주된다』▲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의회의 가르침이 이 교서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정치의 본질이 사회생활을 증진시키는 것임을 누누이 강조한다.『그러므로 정치인들의 생활이 위선적이고 모리배의 생활이며 가증스럽고 불화의 원인이며 이기적이고 부당할지라도 정치 그 자체를 나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이 같은 가르침은 가톨릭 신자들 중 많은 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치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우리의 현실 정치에서 환멸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상스럽게 됐다. 특히 제1야당의 당권 싸움의 추태를 지켜보면 개탄을 넘어 절망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슬픈 현실은 폭력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그 폭력도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백주에 자행된 것은 추악한 정치의 극치였다. ▲「비폭력은 폭력보다 무한히 위대하고 용서하는 것이 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사내답다」고 간디는 말했다. 간디의 이 말은 바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크리스찬이다. 그러기에 폭력은 크리스찬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폭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으로부터 승복이나 동의 내지 순종을 얻을 수는 없다. 폭력으로 복종시키는 자는 반드시 자멸한다는 논어(論語)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폭력으로 주도권을 탈취하는 사태는 더러 있었다. 이 같은 경향은 도의(道義)의 타락과 더불어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 든다. 상도의(商道義)의 타락은 담배 꽁초를 삶은「꽁피」까지 출연시켰다. 종교계 일각에선 종권(宗權) 쿠데타라는 것도 있었다. 성직자가 왜 「차원 낮은」정치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원로 정객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도의의 타락에 관심 없는 성직자가 설 자리는 어딜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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