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에게 권태기라는 것이 있다. 대개는 5~7년 사이에 길게는 15년, 때로는 인생의 황혼기에 맞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요즈음에는 1년 또는 3년 사이로 당겨졌다고 한다. 모든 게 빠른 세상이니까 권태기도 빨리 오고 이혼도 빠르고 흔해지는가보다. 더욱 빠른 기록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때 이혼한 사이였다고 하니 어쩌면 결혼식에 이어 이혼을 했는지도 모른다. ▼권태기라는 말이 있다고 해서 결혼생활에서 누구나 권태기를 맞았다고 해서 모두가 이혼하는 것도 아니다. 권태기가 제법 길어 고통을 당하고 방황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짧게 잠깐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서로가 현명하게 대처하고 노력함으로써 더 깊은 인생의 맛을 터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권태기 자체가 나쁘 다기 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권태기는 사제생활이나 수도생활에서도 있는 모양이다. ㅈ교구의 ㄱ신부는 사제서품 6개월 만에 권태기를 맞았다. 주님의 사제로서 신자들을 사목하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고 즐거울까하고 큰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막상 사목일선에 부임 하고보니 하루 종일 미사 한 대 드리고 나면 할일이 없더라는 것이다. 선배신부나 동료신부들도 끼리끼리 모여 놀이로 소일하더란다. 이렇게 6개월을 지나보니 내가 이런 생활을 할려고 신부되었나 하는 회의가 생기고 매일의 생활이 따분해 지더란다. 그래서 휴가를 얻어 유람이나 하겠다고 이웃교구의 친구신부를 찾아 나섰다. ▼ㄷ시의 친구신부는 반갑게 맞으면서『잠간만 기다려 주게』하고는 계속 바쁘게 돌아가는데 미안해서 도저히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별하고 ㅂ교구의 시골본당친구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ㄱ신부는 두 친구신부의 사는 모습을 보고 참다운 사제상을 발견했다. 휴가도 취소하고 당일로 본당에 돌아와 그 후 참으로 열심한 사제생활을 했는데 아깝게도 군종 복무 중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그러나 그분은 교구간의 높은 벽을 뛰어넘는 상호교류가 좋은 것이었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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