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에서 건축물, 의류, 가구들에 이르기까지 더더구나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대 조류에 따라 우리 교회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초현대식 건물은 물론이요, 수계 범절도 아주 쉬워졌고 교리 역시 아주 간편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 같다.
기도 예절 또한 거의가 약식에 불과한 것 같아 바쁜 세상에 편리한 점이 많지만 어쩐지 아쉬움 또한 없지 않은 것이다.
어느날 친척집을 찾았다가 아현동성당을 들르게 되었다. 미사 참례 전의 시간 여유로 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수 있었다. 건물은 신식이었으나 뜻 밖에도 십사처는 시골 조그마한 본당에서나 대할 수 있었던 옛날 성화 그대로였다. 30년 전 갓 영세할 무렵 아이를 갖고 무거운 몸으로 매처마다 꿇었다 일어섰다 하며 기도를 바치고는 다리가 아파 일어나지도 못하던 기억이 새로왔다.
내 딴엔 아주 진지하게 기도를 드릴 수 있었으며 자꾸만 옛 추억으로 생각이 미치면서도 성화를 감명 깊게 묵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성경 말씀대로 그날의 일기며 그 시대 의복들 통회를 명하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아이를 안고 있는「예루살렘」부인들의 모습 마치 내 자신이 그 부인들 중의 한 사람이나 된 양 착각할 정도였다.
또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 것은 옛날 미사경문이다. 갓 새 색시 때 시댁의 강권으로 마지못하여 내키지 않은 성당에 순명하기 위해서 다니고 있을 때였다. 언제나 주일의 마지막 셋째 미사에 갔었다. 그때 소탈하신 차림새에 인자한 모습의 어느 아저씨는 언제나 그 미사 그 자리에 앉으셔서 미사 전송부터 큰 소리로 경문을 읽으시며 많은 신자들을 이끌어 가셨다. 나는 그분 경문 소리에 매혹되어 주일이면 그 미사 시간이 기다려졌고 특히 성 토마스의 성체를 찬양하는 노래는 더욱 인상 깊었다.『땅에 엎디어 너를 흠숭하나이다. 감추어 계신 천주성이여 너 짐짓 이 형상 안에 숨어 계시도다』하고 읽으시던 그 음성을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그 경문은 지금도 백 번을 읽어도 더 읽고만 싶은 경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요리문답책을 든 채 경문 외우는 소리에 매혹되곤 하던 일들이 벌써 30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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