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성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르치는 주일학교 선생도 선생 축에 들어가는가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서울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의 성당에서는 주일학교가 제법 틀이 잡혀 자율적으로 특수학교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지만 그 교사라고 하는 개념에 비해 일반 사회의 학교와는 달리 교사난(敎師難)이라는 지극히 이해 못할 실정들은 전국 어느 본당을 가도 마찬가지인 성싶다.
신심단체라면 개인 성화나 신심을 굳히기 위해 전교를 위해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겠지만 주일학교 교사만을 그토록 듣기 좋은 이름보다는 내실 면에는 보잘 것 없는「주일학교 선생님」이라는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감을 교사라면 일 년 열두 달 50여주 중에 매주일마다 느낌으로 해서 주일학교 선생이란 으레 그런 것이려니 했다가도「스승의 날」이 가까워오고 그러다가 그날이 아니 그 주일이 구렁이 담 넘듯 지나가 버리면 주일학교 선생도 선생이냐 하는 세속의 때 묻은 부질 없는 생각마저 겹쳐 자못 심장의 맥박이 가빠지기까지도 한다.
주일학교 선생들이 심혈을 가장 많이 쏟은 시기가 성탄시기인데 이때가 가까워오면 선생들은 한 달 전부터 매일 밤 성당에 나가 주일학생들에게 성탄 준비를 시키고 연극이다 성가다 무용이다 글짓기다 해서 고대하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원을 이룬 성당이나 강당에서 선을 보여줘도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은 물론 여타의 교우로부터 온기(溫氣) 없는 성탄 엽서 한 장 띄워주는 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진해에서는 벚꽃 군항제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경남 도내 국민학교 대항 각종 학예 경연행사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합주단(合奏團)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고만고만한 어린이들이 악기를 다루면서 합주를 할 적엔 합주자라기보다 어떤 심포니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수준 이상이었다. 그런데 누가 이처럼 만들었을까 하고 묻고 생각하기도 전에 지도 선생님의 가슴에는 해바라기꽃만 한 귀빈 부롯찌가 꽂혀졌고 학부형들에게 에워싸여 분에 넘치는 찬사를 듣기에 바빴으며 뒤에 안 일이지만 지도 선생에게는 많은 선물(?)이 보내졌다 한다.
이처럼 오늘날은 권위적이다. 인간은 권위에 짓눌리면서 살고 또 권위를 미워하면서도 그 권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주일학교는 무슨 권위가 있다고 주일학교 선생들이 노력을 해서 부모들이 못 가르친 성호 긋는 법 하나라도 가르쳐 준들 아무도 고맙다는 인사말도 없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자격 없고 가차 없는 주일학교 선생들이고 또 그러한 선생들이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렇지 않으냐고 일축해 버린다면 선생들로서는 요구무언이다.
그토록 권위 없고 못난 자리를 나는 영세 이후 줄곧 16개 성상을 몸 담아 왔으니 일반사회 같으면 근속자로 표창을 몇 번은 받았을 것이고 우리본당 같은 2백 명 선에 가까운 전교생 중에 매년 30여명씩 졸업을 시켰으니 제자만 해도 그 수효가 5백여 명이나 되건만 같은 본당 중학생일 때나 고등학생 때는 물론이고 철들어 사회생활을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늘의 주일학교 교사인 나는 정녕 외롭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보람이 없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남들이 시시하다고 발 붙이길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보람을 느끼며 그토록 권위 없는 주일학교를 그대로 개구쟁이 주일 학생들이 다 떨어진 교리책이나 성가책을 뚤뚤 말아쥐고 껑충껑충 뛰어오는 것이 기특해서도 주일학교에 나가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주일학생들이 스스로 못하면 기도를 하느님께 아름다운 노래로 바칠 수 있고 서투른 기도만이라도 혼자서 바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것으로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보람과 위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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