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주일학교 교리시간이었다. 교리를 하려고 보니 불과 수 명의 아이들만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도저히 그 시간을 지탱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만 아이들을 돌려 보내놓고 가정방문을 해보기로 했다.
어느 구교우 집. 그래도 주위에서는 열심하다고 인정 받는 신자 가정을 찾았다.
『아주머니, 자녀들은 지금 어디 있지요?』하고 묻자, 조금 전에 강당으로 교리 공부 하러 나갔다면서 하던 일에만 열중할 뿐 별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자녀가 정말 교리 공부를 하러 나갔는지 아니면 교리 공부를 핑계로 놀러 나갔는지 전혀 확인도 해보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 게 아닌가.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기대 밖의 무관심뿐이라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요즘 대부분의 신자들은 현실 생활에만 열중한 나머지 보이지 않는 영신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 공부에는 유치원을 보낸다. 가정교사를 둔다, 외국 유학을 시킨다는 등 법석을 떨면서도 어찌 하여 하느님 사랑에 대한 공부는 그토록 소홀히 하는지-.
주교회의에서도 어린이 교리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절감, 전국 각 본당에 어린이 전교회를 구성토록 하는 한편 주일학교 교사를 양성시키는 등 어린이 교리교육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 신자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알고도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척 무관심 일색이 아닌가.
『너희들은 아주 뜨겁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주 차거나 하여라. 그렇지 않고 미지근한 물은 용납할 수 없다』하신 성경 말씀대로 어린이 교리교육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가져야 하겠다.
어릴 때의 교리교육이 일평생 신앙생활의 기조를 이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리교육 문제에 대해 학교 교육 이상의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재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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