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큰애 정임이가 10살, 병찬이 7살 아란이 5살이다. 둘이는 글을 읽을 줄 아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서를 보고 아침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일러도 내가 같이 하자고 하면 기도라기보다 따라서 읽는 정도고 도무지 스스로 기도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열심히 기도하면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했더니 큰애는『엄마 그건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거짓말이야』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연한 느낌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될까? 물론 아무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이겠지! 간혹 하느님이나 천국 지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솔깃하게 듣다간 엉뚱한 질문을 한다. 천주님의 전능하심에 대한 여러 가지를 예를 들어 얘기해 주면 아주 부럽다는 표정으로『하느님은 어떻게 해서 생겼는데?
맨처음에 누가 하느님이 되게 해 주었는데? 하느님이 나이는 몇 살이고 총으로도 죽지 않는지?』큰애는『엄마! 신부님도 하느님처럼 요술을 부릴 줄 아느냐』고 한다. 천주님의 전능하심에 대해 얘기해 주었던 게 겨우 하느님을 요술장이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느님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 어떻게 생겼느냐? 남자냐? 여자냐? 온통 질문 투성이다.
어느 일요일날 병찬이가 성당에 따라갔다. 오더니『엄마 성당에 가서 미사시간에 암만 봐도 하느님도 안 보이고 가만히 있어 봐도 하느님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렸어』하며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또『엄마! 왜 하느님은 안 보이지?』한다. 하느님은 신이기 때문에 볼 수 없다고 하니『신? 신이 뭔데? 아 고무신 참 하느님 구두는 어디서 맞추는데?』별스럽고 이상스런 질문을 다 대꾸해 주려면 한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여름 어느날 밖에서 놀던 병찬이가 들어오면서『엄마 하늘나라는 아프리카 나라 같이 생겼지?』그건 또 무슨 말일까? 엄마 하늘나라도 매일 따뜻하고 아프리카 나라도 매일 따뜻하니까 그렇다는 것이다.「아프리카 나라 같이 생긴 하늘나라」우습지만 재미있는 말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혼자 성당에 다녔지만 그저 순박하게 믿었는데 이 애들은 순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엇이든 캐고 드는 통에 어렵고 골치 아프다. 성모님께 이 애들이 천주님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며 천주님의 뜻대로 순명하며 살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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