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달리 엄마를 떠나간 지 어느덧 100일이 되었다. 원래 뜻없이 내가 존재되어 원함 없이 너를 낳아 생의 가치도 미처 모른 채 나보다 먼저 되돌아가다니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뜻이련가. 진영아 바르틀로메오야. 여기 네 육신의 엄마가 피를 삼키며 17년 동안 너와 숨겨 안은 애련하고 처절한 그리고 정겨웠던 자욱들을 고히 접었다 펴보며 오장을 져내는 아픔에 절규하면서 자상하고 떳떳하지 못한 채 너를 떠나보낸 한을 풀 길 없어 이렇게 통곡한다. 천주님께 성모님께 진정 송구스럽고 면목이 없구나. 그렇게도 순박하고 순진하고 착한 체 어쩌면 한마디 예고도 없이『엄마 다녀오겠습니다』귓속에 파고드는 그 목소리를 남기고 학교 간 네놈이 몇 시간 뒤에 병원 시체실에서 싸늘한 그 얼굴 굳어진 그 모습으로 엄마를 대하더란 말이냐. 아-니 베옷을 입고 관 속에 누운 네 얼굴, 이것이 섭리라면 어이 깨달으리. 이놈아, 진영아, 바르톨로메오야, 이 처절한 고통을 내 어이 감당하라고-삼라만상을 저주하고 온 공간 정점이에 발악하며 몸부림 치다 치다 지쳐 혼미한 시야 속에 주님의 십자가를 보고 성모님의 고통을 느꼈느니라. 내 아들 진영아, 난 믿는다. 이 못난 에미 곁보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을 뵈옵는 영광 속에서 몇천 배 더 행복하리라고-길이 달라지고 집이 달라져버린 이 현실 앞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이렇게 피고름이 맺혔다. 이 화농이 깊어지고 퍼져 내 육신이 썩어진다 해도 내 생이 다하도록 나는 너를 떠나지 않으리. 난 널 잊지 못하고 아-니 어이 잊을 수 있으랴.
1975년 11월 18일 오후 4시 5분, 네 학교길을 준비하던 새벽녘 고고한 밤 중의 밤새 촛불을 밝히고 주님과 성모님 밑에 네 사진을 받쳐 놓고 무릎 꿇어 너를 꿈 속에 고히 안고 연도드리기 1백 일째가 되었구나. 내 생존이 너로 밑거름이 되어 주님의 뜻을 쫓아 너의 영혼을 찾아 방황하며 목이 터지라 부르짖으며 애원한다. 결코 죽음이 오만하지 않고 불안치 않느니라.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또 가면 이 엄마는 너와 만날 수 있는 날이 가까와지겠지. 이제 남은 내 삶이 두렵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을 것이다. 세속적인 무수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육체적인 아픔이 후벼쳐와도 너와의 헤어짐만 할쏘냐. 내 생명이 거두어지는 날, 너와 곧 만날 수 있도록 모두가 헛된 이 세속에서 조촐한 연명이 되길 진영아 같이 기구하자. 주여 이 불쌍한 육신 에미의 죄를 가름하지 마옵시고 측은히 보시어 당신 곁으로 간 우리 바르톨로메오 그의 손을 꼭 잡아 길이 평안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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