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당을 중심으로 교회의 각종업무의 전산화가 실용단계에까지 와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불과 수년전 까지만 해도 낯설기만 하던 컴퓨터의 활용문제는 그동안 교회 여러 곳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제 그중 몇몇은 준비단계를 거쳐 이미 활용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이들 본당들은 교적부·판공 성사표·성명별 색인부·호주별 색인 부 등등 10여 가지의 프로그램들을 기계에 입력시킨데 이어 늦어도 가을쯤이면 나머지 자료도 모두 입력, 본격적인 전산화에 돌입할 태세를 완비하고 있어 전산화시대의 개막을 예고해 주고 있다.
단추만 꼭 꼭 누르면 교적이 튀어나오고 영세대장·교무금카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판공 성사표까지 두드리는 대로 쏟아진다면, 참으로 신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견진대상자도 찾아내고 가족관계도 훑어보며 신자들의 전·출입·묘지대장까지 눈 깜짝 할 사이 해답을 구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본당업무의 전산화는 결코 신기한 것이 못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신자수와 그에 따른 업무의 다양화 등으로 교회의 제반업무는 날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실제로 본당사목에 임할 수 있는 사제1명당 신자 수는 2천 5백 명 선에 이르고 있고 보좌들이 있다하더라도 신자들을 몇 명씩 갈라서 사목할 수 없는 현실에서 볼 때 맡아야할 신자수와 뒤따르는 업무는 엄청 날 수밖에 없다.
신자수가 많음은 곧 업무의 폭주를 의미한다. 그것은 또 사제와 신자 개개인간의 인간적인 교류에 있어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일선본당, 기관들은 물론 교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산화의 물결은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에서 볼 때 적절한 시도라 여겨진다.
그러나 시대적인 흐름에 따르는 것도 필요하고 업무의 효율화도 바람직하지만 전산화와 함께 반드시 고려되어야할 사항이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그것은 업무의 전산화가 가져다줄 여력을 신자들에게 고루 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량화, 대중화로 잃어버리고 있는 「만남의 시간」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컴퓨터는 모자라는 일손을 돕고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정리 보존하고, 모든 행정체계를 능률적으로 세우면서 새로운 계획을 수립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낱 기계에 불과할 뿐이다.
어쨌든 업무의 전산화는 우리 앞에 와 있고 우리는 이를 활용해야할 시대의 요청 앞에서 있다.
업무의 전산화가 신자들에게 보다 좋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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