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이 모인 자리에선「소화제」란 이름의 우스갯소리가 화기를 돋군다.『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맨처음 하신 말씀이 무엇인가?』이런 물음에『조의금이 얼마 들어왔느냐? 라고 하셨다』는 대답이 나온다. 좌중이 한바탕 웃는다. 우스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그와 비슷한 말씀이 요한복음 22장에 나와 있다』고 누가 권위 있게(?) 우긴다. 이쯤되면 성서를 뒤져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21장까지밖에 없다. 또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이 소화제는 성서를 읽지 않는 헛점을 찌른 것이다. 흔히 가톨릭 신자는 성서를 읽지 않는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 같은 현상은 성서에 대한 자유 해석과 그 폐단을 막으려는 교회의 방침에도 기인한다. 그러나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미사에 성서를 들고 참예하는 신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성서 연구모임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법정에서도 성서 구절이 많이 인용되고 풀이된다. 무엇보다 평신자들의 해박한 성서 지식이 놀랍다. 어떻게 보면 재판을「현실에 도전하는 성서 연구 발표회」라 이름 해도 좋을 것 같다.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3ㆍ1절 기도회 사건, 시인 김지하 사건 수사들의 긴급조치 9호 위반사건 공판이 그렇다. 관련자 모두가 크리스찬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3ㆍ1사건 공판을 외지(外紙)는「법정(法廷)정치」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종교인이 볼 때, 일면 그것은「법정 선교」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판사들과 검사들 변호인들 및 내외 기자들이 아마 처음 들어보는 크리스찬 사상과 교리가 피고들에 의해 설파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인 김지하는 진보적 가톨리시즘을 총정리하는 것 같다. 그는 신구약 성서를 거의 외운 듯하다. 그의 진술 내용엔 성서뿐 아니라 교회의 헌장 교령 회칙은 물론 동서양의 문학 예술사상이 총동원된다. ▲무표정 하룻밖에 없는 판사들과는 달리 변호인들은 명강의에 몰입해 있는 모습들이다. 방청인들도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한때, 법조계에는 모범 법관인 김흥섭 판사가 복음의 씨를 많이 뿌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반대인 피고인들의 입장에서 김 판사의 과업이 계승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재판부의 판결이 어떻게 날 리 모르지만 실로 오묘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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