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 되면 농부는 모를 심는데 금년에도 가뭄 때문에 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일부 도시에서는 격일제로 송수를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언제나 이때가 되면 초목과 사람이 물을 찾는 때를 같이하여 교회는 예수성심성월이 시작된다. 예수님 역시『목 마르다!』하시며 운명하셨으니 물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기라고 본다.
그런데 예수님의 기갈은 물이 아니라 정의인 것이다. 왜냐하면『옳은 일에 주리고 목 마른 사람들, 그들은 만족하리니…』했으니 말이다. 기실 사람의 육신은 물이 있어야 살고 영(靈)은 정의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의 불행은 후자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호화롭게 입고 배가 불러도 물이 없으면 더러워진 것을 씻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목이 타서 살 수가 없듯이 정의가 없으면 악을 막을 수가 없고 진리의 기갈을 해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대의 고층 건물이 있어도 마음은 허탈하여 사막에서 물을 기리듯이 정의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는 정의가 고갈되다시피 하여 이미 북한은 물질로 빨갛게 단풍이 들었고 우리 마음은 황금으로 노랗게 되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정의의 물을 주지 않는다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목 마르다고 하실 때 우리들이 신포도주를 권했듯이 오늘의 인간은 돈과 물질로 변질된 가짜 정의를 생명수라고 떠바치니 지금도 예수님은 목이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오늘의 정의가 가짜냐 하면 힘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의 풍조이기에 완력ㆍ폭력ㆍ무력ㆍ물력ㆍ금력ㆍ권력ㆍ지력 등이 한 패가 되어 힘이 정의라고 함성을 지르고 있으니 힘 없는 자 어찌 전율을 금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힘으로 정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기에 베드로에게 칼을 칼집에 꽂으라 하셨고 자신은 무력하게 수난을 당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하느님의 정의임을 보여 주셨고 정의는 하느님께 순명하는 것임을 교훈하셨다. 성경을 떠나서 정의의 어원을 봐도 힘이 정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정의는 정의에서 기인한 것인데「正」은「一」과「止」가 합쳐야 되니 하느님의 뜻에 머무른 자가 바르다는 뜻이며「義」는「羊」밑에「我」이니 내가 양 같이 순해야 의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도외시되고 물질과 돈에 뜻이 머물러 있고 양 같이 순한 것이 아니라 서로 헐뜯고 겨례의 가슴에 총을 대고 정의를 위한다니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
힘의 정의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왔는지 재고할 시점이라고 본다. 일본은 힘의 정의가 원자 세례를 초래했고 자유당 정권이 금력파 권력으로 행사하려다가 자기 덫에 치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 하느님의 뜻에 머물러 사는 것이 소원을 채워 드리는 것이며 겨레의 마음을 푸르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평화를 원한다면 마치 순진한 처녀가 불량 깡패에게 동거를 거절하듯이 힘의 정의가 판을 치는 한 평화의 손도 못 잡아 볼 것이다.
독자 논단은 애독자 여러분의 난입니다. 교회 내의 건설적인 제안이나 비판이면 무엇이든지 환영합니다. 매수는 2백 자 원고지 5~7매 정도.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우송해 드립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편집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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