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바쁘게 일했으니 월요일은 우리의 축일로 합시다. 어디로 가든지 일터를 떠나 하루 쉬고 오시오』『영세도 끝나고 수고 많이 했으니 한 며칠간 푹 쉬고 오시지요. 다음에 일이 더 잘 될 겁니다. 큰 첨례는 우리의 단대목이거든요. 나도 훌훌 떠나렵니다』이 말씀에 벌써 마음은 해방된 듯 쉬러 가기도 전에 쉬는 효과가 반쯤이나 났다고 하면 웃으실는지?「망중한」「일요한담」등은 퍽 구미가 당기는 말들이긴 하나 우리 생활엔 좀 어울리지 않는 듯. 왜냐하면 남들이 다 쉬고 한담할 수 있는 이날이 교회의 봉사자에겐 가장 한가롭지 못한 때이니까.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엔 동당걸음 치며 일주일간의 일과시간이 온통 바뀌는 날이니까 종전의 새벽미사 한 대만 드리면 되는 주일 주님의 날로 생각했던 생활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기야 안식일에도 소경 벙어리를 낫게 하신 예수님을 본받는다면 이웃을 위해 완전히 바친 하루 일이 더 보람된 일이기도 하지만. 본당 신부님은 미사 세 대에 강론 세 번 그 외에도 무슨 회 무슨 모임 등으로 장백의를 다 적시며 땀을 빼는날, 특수사목 분야의 신부님까지 이웃 본당에 미사 원조를 가셔야 하는 날이니까.
즉 일요일이 주님의 날 신도의 날이라면 월요일은 본당 신부와 수녀들의 날 그 다음 날은 또 다른 직원의 쉬는 날 격으로 이것을 모든 신자들도 알고 있어야 하고 또 협조해야 할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날에 어떤 본당 신부는 새벽부터 낚시터로 정구장으로 친구에게로 미사까지 휴일로 하고 완전히 쉬는 수도 있다지만 여자들이란 이럴 수가 없는 것이 사명인가 보다. 휴일이라 해서 손 털고 마냥 나갈 수는 없는 듯. 성당 빨래 바느질 다리미질 못다 한 교재 준비 등 이것 저것 만지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단다. 손일이야 마음 먹고 몇 시간 하면 끝장도 나지만 자꾸 달라지는 인심과 사회상에 발 맞춰 교리교수법도 성당 장식도 새로운 것을 익혀야 하므로 월요일 쉬는 날을 이용해서 꽃꽂이다 교회 연구다 좌담회다 하는 식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런 시간에도『나는 먼저 가야겠어요. 초상이 나서…』『앗다, 언제 초상인데 내일 가면 안 되나요?』『본당 신부님도 안 계신데 우리라도 곧 가서 연도 드리고 장례도 주선해야지 외로운 집이니까』『나도 가야 돼. 병자가 위중한지 먼저 가 보고 병자성사를 받게 해야 하니까』매번 한두 명이 빠지면 모임도 신이 안 난다고. 여자는 섬기기로 났고 잔일로 남성의 굵은 일의 이삭을 주워가며 알뜰한 수확, 일의 끝맺음을 이뤄야 한다지만 월요일마다 휴일을 얻어도 참으로 쉬는 날은 거의 없는 편.『무슨 포시라운 말인고. 뙤약볕에 종일 일하는 이도 많은데』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종일 마음 놓고 쉬라는 데서는 첫째 정신적인 휴식이 되고 더 자진해서 즐겁게 일거리를 찾아가면서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것을『우리는 봉사자 희생 부대이니까 잠잠히 참고 즐겁게 일합시다』라고만은 할 수 없을 듯.
『바쁘다』『바쁜 사람』하는 듯이 현대인의 입버릇으로 되어 있는데 다 털어버리고 쉰다는 것이 바쁠 때일수록 바쁜 사람일수록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 쉬는 날을 공일이라고도 했지만 빈 날 일 안 하는 날이 아니고 참된 휴일이 되었으면 한다. 休라는 자가「놓는다, 넉넉하다. 아름답다, 기쁘다」의 뜻을 지닌다는 데 이 뜻 그대로 아름답고 기쁜 하루가 되어 새 날의 용기와 힘을 자아내는 참된 휴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월요한담이 될 수 있게 말이다.
▲지금까지 김재호씨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김영옥 수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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