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교리에 대해 뉴먼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교회가 이 교리를 믿게 된 것은 그것이 신앙교리로 정의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신자들이 그것을 믿었기 때문에 신앙교리로 정의되었다』사실, 이 교리는 평신도들이 처음으로 도입, 전파했다. 이 교리가 평신도들 사이에 날로 폭 넓게 전파되니까 신학자들도 연구와 토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신도들은 이 교리가 믿을 교리로 선포되기에 앞서 그 예비리 작업을 철저히 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평신도 전국협의회는 순교 선열들을 성인품에도 올리고 복자위에도 올려 보려고 그동안 회의를 자주 열어 왔다. 평신도 전국협의회에는 이미 시성시복자문위원회도 구성돼 있다. 최근 이 위원회는 오는 9월 16일에 시성시복추진위원회 발기대회를 열어 공식적인 전담기구도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주교단에서도 평신도전국협의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5월 주교들이 연명(連名)한 시성 청원서를「로마」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모든 움직임은 바람직하고 또한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옥(玉)에 티가 있듯 거기에도 뭔가 미흡하고 섭섭한 점이 있다.「원죄 없으신 잉태」교리가 믿을 교리로 선포되기에 앞서 예비작업을 벌여온 평신도들과 비교해 볼 때 주체성이랄까 적극성 같은 게 너무 희박하다는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어딘가「로마」의 눈치를 보기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좀 과장한다면「로마」를 쳐다보며 응석을 부리는 느낌도 든다. ▲지난 주일에 축일을 지낸 김대건 신부에 대한 우리 교회의 공경심을 보면 우리의 주체성 상실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복자 김대건 신부는「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모셔졌고 수호 성인으로 모신 성당도 있다. 형식상으로 볼 때 이미 보통 성인(聖人) 이상의 예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건 신부에 대한 공경심은 소화 데레사 성인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 교회가 김대건 신부에 대한 시성 청원을 하는 것은 김대건 신부에게 성인 자격이 있음을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니,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모실 때부터 그 자격은 벌써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김대건 신부 공경 촉진운동부터 벌였어야 했다. 우리 교회 전체가 김대건 신부를 성인으로 공경할 때「로마」는 도리어 우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종(公僕) 중의 종인 주교 바오로」가 계시는「로마」는 역시 한국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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