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늘 아이들과 함께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분의 슬하에 있을 때 내내 그분의 마음만 상해 드렸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 모아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가까이에 계신다면, 향기로운 꽃다발이라도 한아름 가슴에 안겨 드리련만, 그러지 못하는 지금 이렇듯 멀리서 짜릿한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꽃다발을 드릴 뿐이다. 비록 영으로 맺어진 그분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몸소 체험으로 가르쳐 주셨다.
내적 외적으로 자주 닥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분은 먼저 주님의 뜻을 찾으시며 말없이 인내하셨고 그 바쁘기만 한 복잡함 속에서도 그분은 맡으신 양떼 하나하나를 탐색하시고 무엇보다도 약자 편에서 그들의 유익만을 추구하시던 그분이었다.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나에게 있어선, 그분의 예리한 시선이야말로 곧 나의 볼 수 있는 반려이기도 했다.
그것은 따스하고 부드럽기만 한 인간적인 시선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커다란 타격과 충격을 주는 아픈 시선인지도 모른다.
예수께서『내가 세상에 온 것은 평화를 주려고 온 줄 생각지 말라. 평화가 아니라 검을 주려고 왔다』고 하셨듯 말이다.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한 번 바라보심에 타격 받아 자기의 생활을 탈바꿈한 것도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배반한 후 예수님의 바라보심에 크게 통곡하고 잘못을 뉘우친 것도 신비스런 시선과 시선과의 아픈 만남 때문이리라.
지난날 너무나 차고 통찰하듯 예민한 그분 앞에 나의 온갖 추루함이 펼쳐지는 것 같아 이유 없이 반항하고 그분을 외면한 때도 있었지만 난 그분의 그러한 면을 더 존경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가까이서 그분을 볼 수 없고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린 지금도 푸짐한 그분의 사랑과 눈길을 의식할 수 있다.
오늘 그분의 첨례에 영육의 평안을 빌어 드리며 작은 마음의 꽂다발을 안겨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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