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교회에 별 관심이 없고 몇 년간 사규성사를 궐한 신자들을「냉담자」라고 부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 년간 성사를 궐했을 때 냉담자로 처리해야 된다는 뚜렷한 규정도 없다. 각 본당의 사정에 따라 그저「적당한 기간」성당에 보이지 않으면「냉담자」란 딱지를 붙여버린다. 교구 상납금 책정 문제와 관련 요즘은 이 기간이 상당히 단축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글사전에는「냉담」이란 뜻을 ①태도나 마음이 쌀쌀함 ②열의가 없거나 열심하지 않음 ③생각에 없음, 곧 무관심함 등으로 풀이해 놓고 있다. 아마 교회에서는 열의도 없는데다 열심하지도 않고 관심조차도 없다는 이유로 몇 년간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냉담자」라고 명명했는지도 모른다. 용어 자체를 풀이해 보면 냉담은 오직 본인 스스로가 열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이지 나 자신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는 인상을 짙게 풍겨주고 있다. ▲용어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구조 또한 다분히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그의 책임으로 저질러진 결과이니 스스로가 그 잘못을 깨달아 나와야 할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평소 그에게 신앙의 불꽃이 시들지 않도록 지도하지 못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은 전혀 생각조차 없다.▲신자들의 무관심도에 정비례하여 냉담자의 수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해 교세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냉담자는 12만9천7백74명으로 전체 신자의 약 12.3%란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냉담자 사목에 교회 전체가 얼마나 신경을 써 왔는지도 한 번쯤 반성해 봐야 할 것 같다.
몇몇 관심 있는 성직자가 냉담의 원인 분석과 그 대책을 연구, 발표해 왔을 뿐 아직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공식 기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 신자들이 힘을 뭉쳐 추진하고 있는 비산동본당의 냉담자 회두를 위한 40일기도는 크게 주목을 끈다. 특히「그들이 잠시 주님을 멀리하고 있음은 우리의 잘못」이란 기도문은 이곳 신자들이 냉담 원인에 대한 공동 책임을 자각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이 사실은「40일기도」가 거둔 또 하나의 결실이라 하겠다. 나 하나만 열심이면 그만이란 생각은 이제 버려야겠다. 그들의 냉담 원인은 곧 나의 책임이란 자각을 가질 때 매년 교세 통계표의「냉담자」란 수치스런 단어는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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