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들이 교회를 건설하고 세상을 성화하며 그리스도를 침투시키는 사도직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 다양한 사도직 단체 중 3천여 단원으로 구성된 레지오 마리에와 더불어 20여개 성당을 미력이나마 단원으로서 빛과 소금으로서 또 누룩으로서의 역할을 하노라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나 아직도 요원하다는 결론이 나를 채찍질한다.
과연「재물을 하늘에 쌓으라」(마태오 6, 20)는 말씀을 실천했으며「우리는 하느님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일꾼들」(꼬전 3, 9)인 사랑의 지체로서 오늘을 밑지며 겸손되이 모든 이의 영원한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몸 바쳐 삶을 위해 일하며 마음 모아 기도해 보았는지 깊이 반성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천주의 무기로서 무장」(에페소 6‥11)하고「진리의 협조자」가 되는 데 게을리 하지 말라는 교훈이 나를 인도한다.「게으른 자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여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여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리라」(잠언 6‥6~9)
참으로 나는 게을렀고 언제까지 게으름뱅이 노릇을 해야 하나 하는 한낱 푸념인 이 잠꼬대는 예수님이 쓰고 가신 면류관을 내가 쓰겠다는 것이아니라 또 하나의 면류관을 들고 있는 마음이 아픈 일로 변하게 된다. 이에 홀연히 긴 동면에서 깨어나 일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맘도 든다. 그러나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성모님의 자상하신 충고가 다시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가진 것이라고는 묵주 하나와 힘 합쳐 일하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을 뿐이다. 일발필도의 명중만을 꾀하려 겨냥만 하고 화살을 당겨보지 못했던 지난날. 이제는 표적을 향해 활을 당긴다. 또 크고 어려우면 깨고 쪼개어 정복하고야 말 정신 무장이 되어 있다. 스스로「한 알의 밀알이 되어 땅에 들어가 썩겠다」(요한 12‥24)는 각오가 더욱 새로와진다. 그 보장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거두어질까? 마음 아팠던 일과 뛸듯이 기뻤던 일들이 맞부딪히는 쌍곡을이룬 지난일들을 더듬어본다.
무단 가출한 아가씨가 윤락가로 떨어지기 직전 이를 극적으로 구출해내던 활동이나 해수욕장에서 익사 직전 구사일생으로 귀한 목숨을 건지던 영웅적 활동이 있는 반면 아가씨를 잘못 찾아가 치한으로 오인당하기도 하고 대세자의 상가에서 묵묵히 일하다 취객의 행패로 맨발로 달음박질 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또 하나 재미나는 일은 성명만으로는 남녀를 구별할 수 없는 영희라는 남자를 찾아간 것이 집주인이 여자로 착각 잘못 전달하여 초면의 아가씨를 만나 얼굴 붉히던 일, 그리고 예쁜 아가씨 단원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에 사로잡힌 청년이 매일 같이 따라다니며 구애하며 더 찐득찐득하게 달라붙어 차라리 레지오 마리에를 떠나고 싶다는 추념에 다 같이 웃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할 일은 많고 많은데 웃고만 있은 것은 아니었다. 무의탁 환자를 돌보다 과로에 고혈압으로 쓰러진 한 단원의 선종에 영육적으로 기도하고 마음 아파 울며 우리도 사랑으로 승화하겠다고 다짐한 일, 허나 그뿐인가. 나환자를 방문하고 온 한 아가씨는 머리를 쳐서 달비를 만들어서라도 나환자를 돕겠다고 나서 이를 만류하느라 진땀 빼던 일, 또 교도소 방문 갔던 단원이 여죄수의 울음에 같이 울고 돌아와「다시는 발길을 돌리지 않겠노라」말하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문하도록 주선하는 활동은 성모님의 자비로움과 겸손을 본뜨는 좋은 본보기가 된 듯. 나자렛 생활을 재연시키는 결과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영성생활의 지름길이 될 가톨릭 간행물 보급운동이 미온적이며 그 결과가 또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꼬미씨움의 13만여 활동 횟수 중 2%(2천9백 회)가 이 활동이고 보면 3천 단원이 평균 1년에 1회밖에 활동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됐다. 독자 또한 그러한지…
이 사실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다를 바 없으며 우리의 출판물은 어디에 목표를 두고 발행해야 될지 저으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에 우리는 한 손에 묵주 한 손에 가톨릭 간행물 (우선 가톨릭시보와 경향잡지)을 들고 활동하자는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이것을 이웃에 전하자는 단계적인 활동 지침을 마련했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이 운동에 적극 호응하기를 크게 기대해 보기도 한다.
끝으로 지난 일들을 참고하여 우리는「게으르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하신 말씀을 받들어 많은 평신도단을 만들어 교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보다 많은 배려가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청사진을 내어 놓아야겠다.
여기에 우리 꼬미씨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교구 내의 인구 밀도는 총인구 8백52명에 신자 28명, 단원 1명이다. 이 자료에서 얻은 결과는 우리 교구는 좋은 목야지(牧野地)임을 입증한다. 또 사제 한 명이 담당하여 사목하는 현황을 보면 (75년도 말 현재) 외인 6만3천3백 명에 신자 2천50명 신세대 6백10세대에 활동 범위가 72.7km이다.
이런 상황 아래 우리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좋은 땅에 씨앗 뿌려 많은 열매를 맺도록 (마태오 13ㆍ8)」기도하며 힘차게 발을 내딛어 사랑의 증거자 상을 정립시키고 순교자의 후예답게 정신 순교에 인색하지 말기를 굳게 굳게 다짐한다. 겸손과 사랑, 순명으로 자신을 봉헌하며 우리의 대속물이 되신 그리스도를 닮도록 자기 수업과 복음 전파의 심장 역할로 하느님 나라 건설에 오늘을 밑지는 우리 생활을 현실과 연결시켜 가는 데 미련없이 투자하기로 해야겠다.
이 길만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길이요 그리스도를 닮는 길이며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고 순명하며 봉사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일원인 혐조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길을 걷는 것만이 빛이요 소금이요 누룩이 되는 길이며 자신의 성화와 그리스도를 침투시키는 사도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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