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조용한 밤、한밤의 시간이면 깊은 어둠 속의 허공을 마주 대하며 촛점 없는 동공을 굴리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왔었다. 밤하늘 깊숙히 수놓으며 파문 짓는 별들의 속삼임을 긴 호흡으로 받아들이려는 욕심에서였을까? 어느 것 하나 여유가 없는 듯 사뭇 굶주려 지쳐있는 우리들、복잡한 사념의 부스럭지들로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 일상생활인가 싶다. 텅 비어있는 마음속에 무언가 많은 것들을 부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씀에는 틀림없는 나、마음의 가난을 메꾸려는 심산이기에 더욱 알차고 보람된 내일을 꿈꾸어보는 내 주위의 수많은 군사들…우리들인가 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리니<마태오 5장 3절>결국 가난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기에 퍼내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을 샘을 원하고 있음에도 분명하리라.
누구나 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이겠지만 유독 나만이 이러한 지병에 울부짖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높고 튼튼한 보루를 쌓고 싶어하는 우리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 속에서 습관적인 딜레마를 승화시켜보고 싶은 이 가난한 마음의 애태움이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고 찾아드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태오 7장 14절)라는 주님의 골고타산 여정을 응시할 뿐이다. 두려움에서인가 아니면 갖가지 위선과 소음의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지 말며 미워하는 사람도 가리지 않을 슬기로움의 생활 방편을 찾아나서기 때문일까? 목적의식을 잃고 나날을 연명해가는 주위의 몇몇 사람들 우정의 대화에서 선택할 확고한 주관을 원함은 분명하리라.
『이것이냐? 저것이냐?』키에르케골은 타협이나 융합이 거의 불가능한 심리적 생활과 윤리적 생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를 바랬지만 이는 인생관의 확립뿐 아니라 현생활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행위와 모든 일에 있어 사랑과 미움、마음、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생각하지 않을 때의 맹목적인 가난은 무엇을 선택하려느냐보다는 선택되지 못할 하나의 사실에 미련을 남기지 않으리라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색의 생활이 우리에게 가난으로부터 이상과 도전이라는 힘을 줄 것이나 비관론자들、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현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명제 아래 조소와 비난을 보내는 일에 급급한 듯 오늘만을 살아가리라.
빵을 구하는 것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생활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일부이며 몸을 뒤척일 수 있다는 모험에 기대와 기쁨을 가질 것이다.
가난이라는 것은 무한히 지속될 것、그러나 마음의 가난은 우리에게 오묘한 하나의 진리에도 인도하여 그곳에서 허덕이는 가운에 성숙의 하느님을 닮은 완전이라는 가능성의 답을 내리리라.
항상 텅 빈 삭막한 감정 그리고 언제나 진회색 빛갈이 나를 투명하고 강한 빛으로 소묘한다. 한 가지 단색으로 통일시킬 때 진정 마음으로 가난할 수 있으리라.
가난하기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튼튼한 수족과 굳센 마음 무슨 일이든지 꺼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힘으로 작은 것、좁은 길로 나아가는 데 마음의 부를 차지하리라. 또한 우리는 가난하기에 슬픔과 도전을 마음에 품고 지긋이 견디어내는 용기와 인내로 내일을 차지할 것이며 하늘나라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가난하였기에 지난 추억이 인상 깊게 오를 것이며 두터운 우정 참사랑의 나눔을 알 수 있지 않았겠는가?「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의 것이리라」마음으로부터의 가난이 일정한 장소 약속된 시간에서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낱 무력한 몸짓으로 그쳐서는 안 되리라. 적어도 자신의 일에 머뭇머뭇거리다 주저앉아 슬피 우는 통곡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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