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막달레나의 축일이 다가온다.
매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 9일기구를 시작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우리집 막내는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으면 곧 밖으로 뛰어나간다.
할머니께서 정신을 차려 감독을 하신건만 어느 틈에 다람쥐처럼 도망쳐 나가고야 만다.
옷과 몸이 분간할 수 없이 더러워지고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뛰놀지 못할 만큼 지쳐서야 그 애는 집으로 돌아와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 저녁 밥상에 앉는다.
아슬아슬하게도 그 시간에 늘 아버지가 퇴근하신다.
그래서 아버지는 막내가 항상 얌전하고 깨끗한 어린이인 줄로만 아신다.
내가 막달레나 첨례를 기억하여 9일 기구를 드리는 것은 바로 우리집 막내의 저녁 귀가와 같은 것이다.
일 년 내내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되는 대로 살다가도 막달레나 첨례가 되면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추어 들어와서 목욕 단장하고 하늘나라의 성찬을 분배 받을 터이니까 말이다.
나는 늘 내 영혼이 가파른 벼랑 위에 서 있음을 느낀다.
성당에서의 기도나 내 서재의 묵은 책더미 옆에서의 기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주일미사도 종종 빠진다.
나는 내가 효성스런 자식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시인한다.
질투심이 많고 인색하며 칭찬을 들으면 좋아하고 충고를 들을 땐 기분을 상한다.
도무지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결점은 골고루 다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 때 7월이 오고 막달레나의 첨례를 맞이한다는 것은 나를 위하여는 섭리된 구원이 아닐 수 없다.
탕아처럼 하느님을 외면하고 혼돈과 불신 속을 헤매다가도 이때가 되면 반드시 후조처럼 날아 들어와 특별한 신심으로 아흐레를 보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의 본명은 막달레나이시다.
나는 출가 후에 늙고 병들고 외로우신 어머니를 단 하루도 가까이 모시고 기쁘게 해드린 적이 없다.
어머니를 떠나서 사는 탕아라고 나를 나무라는 마음만 없었더라도 나는 굳이 아흐레 기도를 매해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시에 내 앞에 다가서시곤 하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항상 성녀를 보아왔다.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이거나、추락하는 비행기 안、혹은 교황의 어좌 앞、아니 진정 예수님을 앞에 모시더라도 한결같이 고요하고 침착하실 어른이시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을 통어하는 힘을 나는 그분의 깊은 신앙이라고 믿어왔다.
나는 성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씀과 행동과 표정을 살피노라면 그런 것이 바로 성녀의 모습이라고 수긍이 되곤 했다.
내가 어머니를 성녀와 일치시키는 것은 그만큼 나 자신이 어머니의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배운 얄팍한 지식으로、나는 얼마나 여러 번 어머니의 신앙을 하나의 맹목적인 습관이라고 비난하였던가?
나의 어머니. 그분의 본명축일이 가까워 온다.
그러나 이번의 9일 기구는 참 다른 해와는 달라야 하겠다.
방치해도 버려둬도 더 이상 외로우실 수 없는 진정 성녀가 되어 계시니까 말이다.
나의 어머니가 성녀가 되기 위해서 기적이 입증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해마다 이맘때면 시작하게 되는 나의 9일기구 같은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기적이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도망쳤다가도 다시 집을 찾아오는 탕자의 발걸음임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규철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이인복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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