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는 한국 교회의 중요한 성지 중의 하나인 배론성지(충북 제천군 봉양면 구학리) 종합 개발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되고 있다. 배론은 1856년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당이 세워진 곳이다. 또 이에 앞서 황사영이 이곳의 한 토굴에서 황사영 백서를 작성한 유서 깊은 곳이며 한국인 제2대 사제 최양업 신부(토마스)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원주교구는 약 10년 간의 연차 계획으로 ①신학당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고 ②순례자를 위한 피정의 집을 건립하고 ③도로 기타 부대시설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사의 유서 깊은 이곳에 그와 같은 종합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의의가 큰 고무적인 사실로서 먼저 그 시기 적절한 창의에 찬동하며 유종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근자 한국에서 국가에 공헌이 컸던 인물들의 유적지를 복원 또는 재개발하여 성역화하는 사업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례를 든다면 이충무공을 비롯하여 이퇴계 이율곡 류서애 등의 현창사업들이다. 이분들은 모두가 우리나라의 안위와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분들로서 후손들의 존앙을 받아서 마땅하고 또 국민의 귀감이 되기 위해 성역화할 만한 의의가 넉넉하다고 본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도 이와 같은 선상들이 요즘 빛을 보게 될 것 같다.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출생지 성장지 또는 분묘지를 순례의 성지로 개발하는 계획 등이다.
또 각 교구마다 순교자들의 성지에 복자성당을 건립하여 순례지로 지정한 것도 매우 뜻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그러한 기념사업이 순교자、순교지에만 일변도 되었던 느낌이 있었는데 비하여 금번의 배론 성지화 계획은 교회의 창조적 시설의 터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는 처음 있는 기도로서 종전의 순교자 위주의 사념에서 교회의 기초를 놓은 사업의 기념탑을 세워 보다 적극적 의욕을 나타내는、말하자면 동공이곡의 느낌이 없지 않다. 배론의 신학당은 1856년 즉 병오교난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철종 시절에 충청도 제천 땅 산골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를 세웠다는 사실은 참으로 한국 교회사상 그 의의가 막중한 것이다.
이때까지는 이미 성직자 없이 지내온 방황하는 양떼의 40년의 기간도 있었고、목자를 갈구하는 목마름에서 머나먼「마까오」나「페낭」의 신학교에 천신만고를 겪어가며 왕래한 쓰라린 경험을 거친 때이었다. 이런 사정 밑에서 과감하게도 신학교의 꼴을 갖춘 요셉신학당을 개설한 것은 실로 한국 교회의 자립하는 반석을 놓은 획기적인、영원히 기념해야 할 만한 사업이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1885년의 원주 부흥골(여주군 강천면 부평리) 신학교、1886년의 서울 용산의 예수성심 신학교로 이어져 오늘의 가톨릭신학대학으로 연면 발전되어온 것이다.
한국에 학교가 개설되지 않았다면 한국인 사제의 양성이 어려웠을 것이고 한국인 사제가 배출되지 않았던들 어찌 한국 교회가 자립교회에로 발전되었을 것인가에 상도할 때 실로 소연한 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학교는 교회의 모태라고 볼진대 배론의 신학당은 진정 자립 한국 교회의 출산지의 고장이라고 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깊은 뜻을 재발견하고 이 유적을 성지화 하겠다는 탁견에 대해 거듭 경의를 표하고 싶다. 따라서 이 사업에 있어서는 원주교구가 주동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원주교구에만 단독 책임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양 대신학교를 비롯하여 전 교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협조가 있어야 되겠다. 또 이 사업은 사제의 성소문제와 사제 양성의 지원 등의 문제와도 관련시키는 모든 신자들의 의식 계발도 아울러 추진한다면 교회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는 데 있어서 1석 2조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앞으로 교회는 전통 위주의 복고조에만 심취할 것이 아니라 옛것을 익히며 이것을 터전으로 새로운 의의를 부여하는 창조적 사업에 좀 더 우리의 지혜를 총동원할 때가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교회가 행하고 있는 자선교육 등의 시설에 있어서는 좀 더 온고지신하는 생동력을 발휘하여 각종의 성업화ㆍ성역화사업 등이 다양하게 개화되어 보다 더 활기 있는 교회의 모습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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