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느 곳에선가 물난리를 겪게 되는 게 상례처럼 되어온 터이지만 이번 수재야말로 너무나 참혹한 것이었다.
한 번은 물이 넘쳐 사람과 집을 삼키고 그 후는 먹고 쓸 물이 없어서 아우성이다.
더욱 재해를 당한 사람들이 저변층의 어려운 생활의 사람들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빈민가는 대개 저지대의 하천변이나 고지대의 계곡 비탈에 형성되기 때문에 특히 장마철에는 늘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우리 실정이기 때문이다.
수재 현장을 돌아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가옥의 반파 내지 완파、가재도구를 잃은 것은 그래도 약과요 귀한 생명의 희생 앞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졸지에 온 가족이 몰살하고 집마저 온데간데없어진 빈 터에 살아남은 이웃의 증언을 들으면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우와 산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폐허야말로 황량과 허무 그것이다.
참사 후 이제 보름이 지나면서 망각 속에 차츰 잊어가는 우리 자신을 채찍질해서 그 형제들의 상처나마 빨리 아물게 하며 나아가서 다시금 이 같은 참사가 비단 여기뿐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서고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가 되어 즉각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어떤 방도를 마련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일 것이다.
우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매년 되풀이되지 않도록 천재지변에 대비한 주거와 공장 시설이 이루어져야겠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미물들에 비겨 제 집터 하나 제대로 마련 못하는 인간적 나약과 사회적 메커니즘이 못내 서글프다.
수방 태세와 긴급 대피의 허술한 점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도림동 성당에는 8일 저녁 4백여 명이 미리 대피하였었다.
하여간 여기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옹호해야 할 정부의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옛부터 황하를 잘 다스리는 자가 훌륭한 황제라 하지 않았는가? 거저 주어도 유지 못할 아파트 방을 준다는 식으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일단 유사시에 대처하는 우리 준비와 자세는 너무나 미흡한 상태였다.
부상자 구출、시체 발굴、가재도구 수습、또 부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한 축대 긴급 보수 등에 즉각적인 구호가 필요한 것은 상식 이전의 일이지만 현장에서 본 바로는 너무나도 지리멸렬하고 어느 분의 말씀대로 한국 사람들이 이웃의 불행을 먼 산의 불처럼 방관하게끔 마음들이 메말라졌다고 개탄할 정도로 구경꾼은 많으나 속수무책들이었다.
그 많은 순경들은 삽 하나 안 들고 왜 그렇게 몰려다니는지?
하여간 그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은 가마니와 삽이었으며 다음 기본적 의식주의 해결이었다. 이젠 천재지변에 대한 대책본부가 있다면 유사시 적어도 기천 명을 위한 최소한 의식주의 요구에 응할 기본적 장비와 물자가 비축되어 있었어야 했다
식량 천막 침구 의류 취사도구 에너지원 의약품 수송 및 통신 장비라고나 할까.
또한 이에 훈련된 요원만 갖춘다면 긴급 구호는 과히 어렵지 않으며 제 때에 재민의 요구에 알맞게 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삼중 사중으로 의연금 구호금품을 걷지 않아도 될 것이며 유비무환이 표어로만 남아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때에 즉시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이다.
군대야말로 그 인적 물적 조직적 자원으로 비상시에 가장 효과적으로 도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에 교회 내에서도 복음 속의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적극적으로 이웃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 금년에 한국 교회에선 처음으로 사순절에 전국적으로 거둔 단식재 헌금 일부분과 일부 교구에서 수집한 의류 등으로 즉각적인 구호에 나선 것 또한 기쁜 일이다.
이제 우리 교회도 가장 강력한 이웃 사랑의 기관으로서 이웃의 재난에 자발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해야 하겠다.
도움 받는 자의 입장에서 남는 것이 아닌 바로 내 몫에서 나눌 수 있어야겠다.
이번 폭우로 희생된 안양본당 및 시흥본당의 교우들과 다른 여러 희생자들 및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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