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본당「여름성경학교」4학년은「하느님을 찾아서」라는 교재로 사흘 동안 공부를 했다. 착한 포도원주인 이야기는 한번 배운 내용 이었지만 오페라 식으로 꾸며져 있어 노래와 함께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로서는 뜻밖에 좋고도 나쁜 사건이 일어났다. 마지막 날에 학년별로 발표하기로 하고 배역을 짜는데 난포도원 주인후보로 뽑혔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피아노를 쳐가며 노래와 대사를 외웠다. 집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틀째 되던 날 나는 같은 주인후보에게 그만 역을 빼앗기고 말았다. 분하고 억울해서 나는 훌쩍 훌쩍 울며 찌푸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아빠께 투정을 부렸다. 그랬더니 아빠는『허허』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빠도 그런 일이 있었단다. 일주일이나 연습을 했는데 도중에 배역을 갈아버리니 얼마나 화가 났겠니. 하지만 우린 성당에 가서 양보하고 용서하는 일을 배우는 거니까 그 까짓 일 간단히 용서하고 일꾼노릇이나 잘해.
넌 학교에서 전 학년 수석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아? 하느님께서 성적을 잘 받게 해주셨으니까 주인공으로 나오는 포도원주인보다 그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노릇도 즐겁게 하는 거란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거지 라자로가 천당 간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는 참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주인역을 맡은 친구와 함께 열심히 하루뒤에 열릴 연극연습을 했다.
다음날 우리는 열심히 연극을 해서 사흘동안 진행됐던 주일학교를 보람있게 마무리 지었다. 나는 양보하는 것을 배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