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해야할 교회에서 강론 시에 정치적인 발언을 하며 끊임없이 데모를 하느냐, 하는 거센 항의 전화가 가끔 걸려 온다. 그 전화를 들어주다 보면 너무나 무지막지한 소리에 때로는 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다.
■ 사제가 말하고 싶은 것들
이 시대에 사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민주헌법, 국민 대중을 위한 경제정책, 인권을 존중하는 정권과 정책 등이다. 교회는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억눌리고 소외된 형제를 돌보며 복음의 빛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이것이 정치가의 눈에는 정치적으로, 기업가의 눈에는 노동쟁의로 보일 것이다. 어떻게 보이든 교회는 예언직을 수행하는 것이며 정권 획득을 위한 정치 발언이나 투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나라가 망하고 정권이 무너지는 말세에는 종교행사가 성했다. 종교행사가 운수·점·기복 등 미신적으로 성황을 이루고 이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을 때는 말세 현상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인이 예언적인 말씀을 받아들여 회개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봉사할 때는 사회개혁과 구원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오늘의 종교 실태는 여러 면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어떤 양상의 성황인가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리라. 우리는 주님의 복음을 기준으로 해서 이 시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신앙의 눈을 떠야할 것이다.
■ 성직자가 정도(正道)걷게 도와야
우리 교우들만큼 성직자를 위해주는 분들도 없을 것이다. 성직자의 의식주, 건강, 취미, 노후문제 등 모든 면에서 염려해 주신다. 무슨 운동이 좋고, 체통에 맞는 승용차를 타야한다는데 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성직자로서의 정도(正道)를 걷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를 외형적인 기준, 즉 신자 수, 대지와 건물 평수, 수입 등을 따져서 가치 평가를 하는 수가 많다. 교회를 주식회사나 돈벌이의 도구로 여기는 모양이다.
우리 본당에서는 예비자와 신자교육을 위해 성지순례를 자주 한다. 이는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신앙을 이이 받아 이 시대의 증거자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성지에서 일하는 분들은 순교자의 정신을 전해주기 위한 봉사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성물 판매와 헌금에만 정신을 쓰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돈을 요구하고 많다 적다 시비하는 그들은 우리를 너무나 실망시키곤 했다. 성지 개발을 위한 열성이 지나쳐서 그만 그런 실수로 번졌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앞뒤는 바로 가려야 할 것이다.
■ 성서도 싼값으로 보급
서구 선진 국가에서는 생필품의 값이 싸고 언제나 변동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살기가 편하고 기본 생활은 안정되어 있다. 이것은 생산 업자에게도 안정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생필품의 값에 변동과 농간이 많아서 서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주고 있다. 농산물의 가격도 안정되지 않아 늘 불안하고 이 때문에 농민들에겐 불만이 많다. 생필품과 농산물의 값을 안정시켜 서민과 생산 업자에게 기본생활을 보상해줄 시책을 결행 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성경, 성가책, 기도서 등이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하는 거기서 매상을 올리려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성서를 보급할까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싼값으로 보다 널리 보급 될 때 수입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는 인상을 준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가톨릭 성서 모임」에서 주선하여 3천원에 「성서」(신·구약 합본)를 보급하게 된다는 소식은 우리를 너무나 기쁘게 하며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모든 것을 복음을 위하여하고 있다』(I꼬린9, 23)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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