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님 선지자 에리야와 같이 저도 죽지 않고 병거를 타고 하늘에 오르게 하십시오. 천주님 페르시아의 황후 에스더와 같이 어려움 속에 있는 민족을 구하게 하사 이름이 역사에 남게 하여 주십시오』단 하나의 기도라도 잊지 않으려고 오른손 엄지에는 선지자 기도 집게에는 페르시아 황후 이런 식으로 나는 열 손가락 모두에 내 소원을 연상시켰었다.
지난 6월 6일은 나의 첫 영성체 날이었다. 교리를 가르치던 수녀님이 첫 영성체 때 소원을 이야기하면 예수님께서 꼭 이루어 주신다고 두 번이나 말씀하시길래 나는 여러 날을 곰곰히 생각해서 겨우 10가지의 소원을 모았던 것이다. 그날 아침 10시 미사에는 많은 교우들이 모였고 우리들 첫 영성체자들은 제일 앞자리인 하얀 옥양목이 쳐진 귀한 좌석에 앉혀졌다.
그 전의 미사 참석 때의 감정과는 달리 내 마음은 흥분 속에 있었고 성체 봉헌을 위해 제대 앞으로 나아갈 때 내 영혼은 고요한 가운데 두려움을 느꼈다. 만찬 예식으로 신부님께서 먼저 성체를 영하시고 우리들 차례가 됐을 때 나는 두 손을 합장하고 10가지의 기도를 꼭 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몸』
『아멘』
드디어 몸 속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자리에 들어와 천주님게 무릎 꿇었을 때 갑자기 나의 두 눈에 예상하지도 않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한 방울이면 끝나겠지 했던 흐느낌은 계속 줄을 이어 뺨을 타고…순간 열 가지의 계획했던 이기적인 기도는 모두 잊혀졌다. 그때 누군가가 내 속에서 새로운 기도를 했다.
『주여!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주의 십자가를 함께 지니고 길을 따르겠습니다』
나의 아량, 나의 이해로는 결코 할 수 없는 기도문을 성신께서 내 속에 나를 위하여 하신 것이다. 마음 속에 잠잠한 평화가 찾아왔고 나는 새털 같이 가벼운 영혼의 소유자가 되었다.
첫 영성체!
이는 나의 잊을 수 없는 체험의 순간이자, 영원이 될 것이다. 누구든지 마음에 어둠이 있으신 분은 이 기쁨과 평화와 행복에 함께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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