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전에는 하얀 꼬깔 같은 모자를 쓴 분이 있었는데…』
『그게 저희 회의 수녀들입니다. 2백여년간 그 제복을 입다가 한 10년 전부터 바뀌었지요』
『그렇습니까. 깨끗하고 모양은 좋게 보였는데 좀 불편하겠습니다』
『예 현재의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전엔 빳빳한 모자 때문에 긴 여행시에도 등을 기댈 수가 없고 남에게도 불편을 드렸어요』
『한국에 수녀원이 생긴 지가 오래됩니까?』
『88년 전인가 봅니다. 1988년에 처음으로 우리 회가 서울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럼 구한말이겠군요』
『예 개화 이전이었으니까 고생도 많았고 재미있는 일화도 많습니다』
『그렇겠습니다. 좋은 일도 많이 하셨구요』
『글쎄요 선배님들의 노고가 컸지요. 가마 타고 천의 쓰고 들어와서 처음으로 꼬부랑 글씨 배워가면서 기도를 익히고 베 짜고 수놓고 뜨게질 배우면서 밭일 주방일 고아들 키우는 일까지 맡아서도 희망에 찬 기쁜 생활이었답니다』
『대구에도 고아원이 있습니까? 부산 남천동에도 하나 있지요?』
『에 대구에는 저희 바오로회가 세워진 1915년에 백합보육원이 동시에 있었고 부산 소화보육원은 해방 후에 정재석 신부님이 시작하신 것인데 저희가 맡아보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소화보육원에 가본 일이 있는데 수녀님들 참 좋은 일 하십디다. 그 빽빽 우는 것들을 다 키우시느라고 가정에서는 하나 가지고도 온 식구가 매어달리다시피 하는데 참 천당 가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어린 생명도 다 하느님의 귀여운 자녀이니까 힘껏 돌봐야지요』
『그 애들을 키워가지고 나중엔 어떻게 하십니까? 애기들이 아주 발육이 좋던데요』
『그게 고민입니다. 어릴 때는 성의껏 돌봐주면 잘 자라는데 장래문제가 어려워서 국내 양자녀로 가는 아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6세 이전에 국외로 입양해서 보내는데 참으로 끝내 행복할는지 걱정입니다』
『그렇겠군요 인력 수출도 아니고 국내에서 맡아야 할 텐데…』
『참된 신앙으로써 동포애를 가지고 자기 자녀처럼 맡으실 분이 나오기를 바랍니다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교육사업도 하시는 거지요? 부산 데레사여중고에도 수녀님들이 계시던데』
『예 교회에서 벌려 놓은 여러 사업체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는데 저희 관할 내에 중고등학교가 다섯이 있습니다』
『어디 어디지요?』
『부산 마산 경주 왜관 대구입니다만 전국적으로 센다면 훨씬 많습니다』
『참 대구에는 효성여대도 있지요? 교회가 여성 계몽에 앞장선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예 효성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큰 학원을 이루고 있는데 여자가 훌륭해야 국가 사회가 잘 되지요』
『맞습니다. 학생들이 얌전하고 예의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던데 운동도 잘 하지요? 마산 성지의 베드민턴, 데레사의 기계체조, 근화의 탁구 모두 유명하던데요』
『유치원도 여러 군데 있습니까? 우리 손녀가 서면유치원에 다니는데 수녀 선생님이 계신다고 하더군요』
『예 거기도 저희 수녀가 있습니다. 교회 계통 유치원에서 봉사하고 있는 수녀 수가 24명 스물세 개 유치원이지요』
『가정살이의 복잡성이나 걱정이 없으니까 전심전력 다 쏟을 수 있겠습니다』
『예 저희는 하느님 다음으로 맡은 일이니까요』
『아까 여러 가지 사업에 종사하신다 했는데 그 임무는 누가 정합니까?』
『자격과 소질에 따라 책임자들이 정해서 발령하지요. 때론 희망을 묻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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