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
「주평만」이란 사람이「지리익」이란사람에게서 용(龍)을 잡아 맛좋은 요리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주평만은 이것을 익히기 위해 천금을 탕진했고 시간으로 3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헛된 짓이었다. 용은 도대체가 흔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잡는다는 것은 더군다나 지난(至難)했기 때문이었다.
용을 잡아 용탕(龍湯)을 끓여 먹을 수만 있다면 대붕(大鵬)을 잡아 꼬치구이로 안주 삼음에 비견하리라 제법 호탕한 짓이다. 그러나 대해(大海)와 하늘의 용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그것은 허상이고 망상이다. 용탕은 잠시 접어두고 고기나 생선을 넣지 않은 소탕(素湯)이라도 솜씨 있게 끓이고 어탕(魚湯)이라도 푸짐하게 끓여서 코앞에다 펴놓고 맛을 즐기는 일이 우리네의 삶 그 자체이다. 우선 당장은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사바세계에서의 현실감이 생긴다.
지금 용탕을 끓인다고 법석이다.
개헌이란 용탕, 지방자치라는 용탕, 교육자 치라는 용탕 온통 장차의 용당에 군침을 삼키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한마디로「민주화」라는 용탕을 끓인다는 몸짓ㆍ손짓ㆍ발짓이다.
「용탕요리강좌」가 진행 중이면서도 그러나 신문엔 날마다「성고문폭행사건이며 민주화 선언교수ㆍ교사에 대한 핍박이며, 구속자 석방에 대한 것이며」요컨대 크고 작은 비 민주적 이야기들이 오르내리고 명멸한다.
민주화란 금 그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달력에 날짜 표시해놓고 어느 날 부터 일제히 시작하는 무슨 강조주간행사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깜냥 껏 민주적인 「실천」을 「우선」하면서 민주화를 이야기하면 그 아니 좋겠는가. 뭐니뭐니해도 「생각의 민주화」가 으뜸이어야 한다.
「개헌」이란 용탕 끓이기 전에,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에 와 닿는 민주적인 실천으로서의 「추어탕」이나 「육탕」(肉湯) 「소탕」(素湯)을 먼저 끓인다면 그 아니 지화자가 아니겠는가. 진부한 말이지만 백언(百言)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다.
장자(莊子) 이야기 한 마디 더.
문둥이가 밤중에 아이를 낳았다. 그러자 문둥이는 황급히 등불을 켜고는 갓 낳은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행여 자기와 같은 문둥이가 아닐까 해서였다.
민주화를 하려는 우리의 모습이 문둥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는 반드시 「성한 아이」임이 틀림없는 역사의 철리를 믿는다. 이것이 용탕을 기다리는 우리의 기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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