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가족의 굶주림」이란 제41차 국제성체대회의 주제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번 대회의 그 화려한 포스타를 보고선「굶주림」을 의식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 주제만은 영적인 굶주림과 현세적인 굶주림을 한꺼번에 잘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주제는 단순히「굶주림」이 아니고「굶주림들」로 표현돼 있다. 물질적인 배고픔뿐만 아니라 하느님 예수와 진리에 대한 갈망, 상호 이해와 자유 및 정의에 대한 굶주림 정신과 평화에 목마른 인류의 소망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이러한 여러 가지「굶주림들」가운데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굶주림은 역시「빵」에 대한 것으로 크게 거론됐다고 한다. 아루페 총장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1주일에 한 끼씩 금식하여 굶주린 인류에게 식량을 사 주자고 호소했다. 브라질의 까마라 대주교는「부(富)의 불균형 분배가 금세기의 가장 큰 치욕」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미국 주교회의 사무총장 로쉬 주교는「우리가 먹을 권리라는 기본적인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면 굶주린 그리스도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더 데레사가 대회의 촛점이 된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데레사 수녀는 인도「칼캇다」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생활 전체를 바치고 있는「살아있는 성녀」가 아닌가. 그녀의 청빈과 인간애는 그리스도의 가난과 사랑에 참여하는 크리스찬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빈을 서약한 수도자는 이 같은 청빈을 흉내라도 낼 수 있어야 한다. 한두 사람의 이탈된 행위가 전체 수도자의 청빈정신에 먹칠을 한다면 참으로 유감스런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자만 청빈의 정신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다. 모든 크리스찬이 청빈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사목헌장에도 크리스찬은「개인적 내지 사회적 생활 전체가 진복팔단의 정신, 특히 청빈의 정신으로 충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정신으로 살아갈 때, 마태오복음 25장에서 말하는「축복 받은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부스럼 투성이의 몸으로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로나마 주린 배를 채우려는 나자로들이 없는지…」다시 한 번 살펴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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