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보(제1022호)에「가난한 이의 등불」이라는 제호하에 인천 도화동본당 레지오 단원 5명의 처녀가「등불의 집」이라는 자선시장(慈善市場)을 열어 현재 3만 원이라는 돈을 모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은 신자들로부터 기증받은 헌옷 책 생활도구 등을 밤 새워가며 손질하여 다시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특히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불우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힘 자라는 데까지 돕겠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운동으로 이미 74년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는「나눔의 집」이라는 자선시장을 벌여오고 있다. 「나눔의 집」에서는 주로 헌옷을 기증받아 그것들을 손질하여 역시 그것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싼 값으로 제공하여 그 수익금을 역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오고 있다. 이미 50여만 원 이상의 수익금을 올려 나환자촌ㆍ고아원ㆍ재활원 등에 쓰여졌다고 한다.
지난 8월 1일부터 8일까지 미국「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4회 국제성체대회에서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크리스찬의 사명이라고 재천명하면서「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강조했다.
국제성체대회에서까지 이와 같은 상시적인 일을 재천명하고, 또「나눔의 집」이나「등불의 집」같은 것을 이제서야 시작하는 우리의 현실이 대견스럽게 생각되면서도 크리스찬이라면 당현이 해야 할 일을 이제서야 시작하고 또 이제까지 해 왔어야 할 일을 이제 와서 다시 외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슬프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도 믿음을 신심면(信心面)에서만 강조하고 철저하게 믿음을 개인의 것으로만 오인해온 지난날들을 뼈 아프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선 복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주님의 복음은 믿음의 생활화 행동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들의 전통과 율법을 고수한다는 핑계로 중대한 사랑의 계명을 망각한 행위를 자행하면서도 예수님의 자선행위를 비난하는 데 대해 구약을 되풀이 인용하며 힐난하셨다.『내가 바라는 것은 내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 대한 자선이다』(호세아 6ㆍ6 마태 9ㆍ13 동12ㆍ7)뿐만 아니라 예수께서는 직접적으로『여러분은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시오』(루까 12ㆍ33) 말씀하셨으며 품행 방정하고 율법을 잘 지키는 부자 청년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고 물어왔을 때『아직도 당신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오. 그리고 나와 나를 따르시오.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루까 18ㆍ22 마태 19ㆍ21 마르 10ㆍ21)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청년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예수 옆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가진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도요한은『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이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자녀들, 우리는 말로나 혀 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I요한 3ㆍ17~18)라고 말했다.
사도 야고보는 보다 명백히『내 형제 여러분, 어떤 사람이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람이 믿음만으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아 두십시오』(야고보 2ㆍ14~25 참조)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계속 복음의 귀절들을 인용할 것도 없이 우리의 믿음은 언제나 행동화되기를 주님이 원하시고 계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의 믿음은 우리 생활 안에서 행동화되어 이웃에게로 전파돼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우리의 믿음은 우리 안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변화시켜 언제나 주님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노력할 것은 물론이요, 주님의 하신 바와 같이 항상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자로 있어야 한다. 크리스찬이란 바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자, 이웃에게 필요한 존재로 있는 자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조그마한 일부터 솔선해서 시작해야 하다.「나눔의 집」이나「등불의 집」의 그 갸륵한 행위에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은 물론이요, 각 본당에서도 그와 같은 자선행위를 시작할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아무튼 믿음의 행동화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주님의 간절한 요망인 것은 틀림없다.
누구든지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가져야 할 것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동정이 아니라 사랑과 겸허한 마음으로 자선행위에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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