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앙아앙!』
한 아이의 선창에 어느덧 한 방 50명 아가의 울음 소리가 옆방, 또 옆방까지 번져 용장한 코오러스로 화하면 담 너머 아랫집에서의 전화벨이 또 이에 가담한다.
『애기들이 울어싸서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항의 전화, 여름철엔 창문을 열어 놓기에 이 웅장한 소리가 적잖이 귀에 거슬리고 더구나 밤이면『잠 못 자겠다』는 원망이 나옴직도 하다.
사과하다, 양해를 구하다가 몇 해를 끌어왔지만 그 성화에 견딜 수 없어 작년엔 어떤 독지가의 배려로 냉방장치를 하고 나서 울음은 줄어졌지만 공기 유통이 나빠서인지 부스럼으로 애기들의 고생이 심하게 된다. 깨끗하게 하고 조심을 무척 하는데도 한 애기의 종기가 온 방 안에 퍼지는데 감기나, 홍역이나 다 마찬가지이므로 보모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방문객 할머니는『빌어먹을 것들 무슨 짓을 해서 아이는 낳아가지고서 수녀님들만 고생시키노. 이래 놓고도 저그는 맘이 편할란가?』고 말한다.
이는 지나가는 말로만 들을 수 없는 듯. 성할 때도 1백여 명 애기의 하루 5~8번의 우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만 해도 보통일이 아닌데 앓기나 할땐 온통 난리다. 하기야 가정에서의 하나 애기 경우도 완전히 엄마가 매달리는 데 비하면 짐작이 간다. 장마철에 기저귀 말리는 것이 먹이는 것 못지 않게 큰 문제로 등장, 결국 세탁장, 건조장 마련에 큰 경비를 잡지 않을 수 없고 이 양육을 맡은 분들의 노고는 인류애의 솔선 실천가로 표창할 만하다. 하느님께는 보다 값진 상급을 받겠지만-.
여기 또 다른 보모의 고충을 듣지 않을 수 없어 몇마디의 실정을 펼쳐보려 한다. 동정을 바라기보다 이해의 자료가 될는지 하고.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교회는 본당이 설치되면 으레 유치원을 개설하게 된다. 5세에서 7세 사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여성이 적격이고 수녀면 안성맞춤이라는 환대를 받는다.
작은 유치원은 한 학급, 큰 데는 여러 학급이나 이에 따라 보모 수나 일도 정비례이지만 때론 반비례의 고충이 따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보통으로 유치원 수녀는 첫 소모임부터 원감 격으로 다른 보모들을 데리고 운영해가는데 학교보다는 훨씬 어려운 직책인 듯. 원장대리 직무를 맡아야 하고 학급에선 보육교사 노릇 보모들의 통솔 지도의 교무ㆍ회계ㆍ문서 일체의 서무 집행ㆍ전공이 몇 개나 되어야 하는지 보육ㆍ미술ㆍ음악ㆍ무용ㆍ지능 계발 기술과 자모들을 다루는 외교술까지 습득해야 하니 너무나 과한 임무이다. 게다가 어떤 때는『나이 많다』경제적인 도움이 없다. 교우 자녀에게 혜택이 없다.
『주일에 본당일을 돕지 않는다』등 또 몇 가지를 덮씌우니 배겨날 길이 없게 되겠지. 전교수녀들의 1주 1일의 휴일을 인정한다면 코찔찔이 어린이들 데리고 오전 내 시달리다가 오후엔 다음날 준비로 다섯 시까지 매이다가 집에 돌아오면 기진맥진이라고 한다. 철이 들었다는 국민학교 중고교 교사도 퇴근시엔 축 늘어지는 판에 목소리 팔아 먹는 직업이 가장 고되다고 해서 옛부터『스승의 O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나 보던데…미사 때 성가 반주 한 대쯤은 협력의 미덕도 되겠지만 교리다, 성가 연습이다, 하고 진을 빼고 나면 다음 주의 활력은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는지 딱하기만 하다.
언제나 자기가 맡은 일에 보람 있다는 신념을 가질 때 난관을 뚫기가 쉽고 그 효과도 크리라 생각된다. 요즘 유치원 수녀들의 사기가 줄었다고 하면 웃으실는지? 어떤 때는「본당 수녀」의 부류에도 못 들어간 마치 이방인처럼 이는 교우들과의 접촉이적고 또 장소나 비품을 과히 아끼는 마음에서 즐겨 제공하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한쪽만 나무랄 수 없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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