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래 산 어떤 외국인이 말하기를『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고 했다. 과연 옳은 말이다. 세계에서 한국민족처럼 성격이 급한 민족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당파싸움을 하면서 서로 다투고 죽이는 가운데서 생활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생겼을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조급한 성격이 생겼을까?
사탕을 빨아 먹지 않고 깨물어 먹는 사람은 한국사람 밖에 없다고 한다. 버스를 탈 때도 뛰어서 탄다. 버스가 사람을 기다려서 태워가는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출세도 빨리 하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출세를 하기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순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경쟁대상자를 중상모략하기도 하고, 윗사람을 흔들어 떨어뜨리려고도 하며,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올라오려면 짓밟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출세하기 위해서 금력이나 권력을 활용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의 줄을 타기도 한다. 심지어는 국방이나 치안을 위해서 맡긴 총칼을 남용하여 사욕을 취하기도 한다. 군인과 경찰이 권력 맛을 알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우리주위에는 권력이나 금력을 납용하고 줄을 잘 타서 벼락출세를 하거나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일단 출세한 사람은 그 자리를 가능한 한 누린다.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자리니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주어진 권력을 최대한 휘두르고 한 밑천 잡자는 식이다. 고관에서부터 동 직원까지 매사가 그런 식이다.
또한 모 처럼 차지한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윗사람으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하여 재빨리 뜯어고치고 바꾸면서 조령모개나 졸속행정을 서슴치 않는다.
전시효과의 업적선전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장관이 바뀌면 정책과 규정이 바뀌고 부하직원이 바뀐다. 외국에서는 몇 백 년 전 법령이나 규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장관이 누가 되는 그 밑자리는 전혀 바뀌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돈도 빨리 벌어 벼락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어떤 상인은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가짜를 진짜로 속여 판다. 어떤 기업인은 불량상품이나 부정식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한다. 남이야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건 말건 나만 빨리 돈 벌어 잘 살면 된다는 식이다.
건물도 빨리 짓고 싶어 한다.
요즈음 독립기념관 화재사건 기사가 대서특필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온 국민의 정성을 모아 거출한 4백 90억의 성금으로 지은 것이 개관을 불과 11일 앞두고 불이 났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은 원래 4년간 건축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이른바 아시안게임에 맞춘다하여 공 기(工期)를 l년 앞당겼다. 소위「능률 극대화」식 공사추진이 이러한 불상사를 야기 시킨 것이다. 무리한 기간 내에 건물을 완성시키려고 하니 부실공사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급한 김에 무면허 전공(電工)을 쓰게 되고 그 공이 배선을 잘못하여 화재가 났다는 것이다.
애기를 낳는 데도 10개월 가까이 필요하듯 모든 것은 과정과 단계를 거쳐야 한다. 민족의 숙원인 독립기념관을 건립 하는데 년도 부족한데 또 1년을 앞당겼는데도 아무런 사고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건물을 짓는데 40년이나 4백년 걸려서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급하다고 애기를 6개월 만에 낳을 수 있겠느냐? 그렇게 낳은 애기는 어떻게 되겠는가!
데카르트의 「방법론」에 의하면 『급하게 서두는 것은 오류의 근원』이라고 했다. 아무리 급해도 단계외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이것이 순리(順理)요 자연법칙이다. 순리와 자연법칙은 하느님의 법칙이다.
그런데 남에게 손해와 피해를 주고 벼락부자와 출세를 하여 무엇 하나! 양심을 속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잘 살아서 무엇 하나! 사람은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하느님이정하신 법칙과 순리대로 과정을 밟는 것이 원칙이요 정도(正道)이다. 이러한 정도를 벗어날 때 항상 무리가 생기고 불상사가 따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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