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늦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립니다. 피서니, 더위니 하는 날말들이 한낱 호사스런 자의 악세사리 같이만 들릴지도 모르는 엄만, 오늘도 뙤약별 아래서 곡식들을 자식마냥 보살피고 계시겠죠. 엄마!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 보았습니다. 괜히 우울해지고 생활이 짜증스러워질 때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언제나 흔들림 없는 굳건한 자세 좀처럼 희로애락을 표면화시키지 않으시는 태도 사랑으로 감싸주고 모든 것을 포용하시는 태도.
그러나 엄마도 사람인데 어찌 감정이 없으시겠습니까?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그 슬픔의 응어리들이 속으로 불을 뿜을 땐 한겨울에도 엄만 방문을 열어놓고 주무셔야 했었으니까요.
아버지와 오빠를 한꺼번에 다 잃고도 하잘 것 없는 저희들 4자매를 위해서 모진 고생을 용케도 견디셨습니다.
그때의 상황.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합니다. 가장 가까운 혈족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그 모진 수난들 재산을 탐내던 이리들의 발길에서 우린 숱한 눈물을 뿌려야 했었죠. 그럴 때마다 그들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하느님을 믿고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 드리는 심정이야 오죽했겠어요. 그때 저희들의 교육비 때문에 무진 애를 쓰시던 엄마를 그들은 딴 마음을 먹는다고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으니까요.
저희들은 엄마의 피나는 뒷받침 덕분으로 이렇게 다 자랐습니다. 악심을 먹던 혈족들도 이젠 전과 달라졌더군요. 도리어 우리 일을 자랑하고 다닌다고 남들이 그러더군요.
엄마 저희들은 뛰어나진 못해도 착하게 살며 엄마의 속을 썩이지 않을려고 애썼습니다. 자랄 때 모범적이란 말을 들은 저희들이 이제 다시 짝을 구하지 못하는 게 걱정이라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는 재주 없는 것이 무척 미안하더군요.
방학 때마다 밀린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언제나 마음뿐 한 번도 제대로 실천을 못하고 지내 놓고 후회를 한답니다.
남들은 세상을 적당히 살아가는 요령도 많던데 당신의 못난 딸들을 하나 같이 융통성이 없어 언제나 걱정만 끼쳐 드리죠.
저만 제 갈 길을 찾아가면 흰 머리카락이 생기지 않겠다는 엄마의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지실 날이 있을 테죠.
굳이 땅을 지키시고 고집 속엔 사랑하던 사람들의 무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신경인 줄 압니다.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을 보내 엄마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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