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는 신부를 치고 신부는 주교를 치니 주교는 땅을 친다』는 우스개가 있었다. 제2차「바티깐」공의회 직후 쇄신의 물결이 소용돌이 치면서 생긴 이 농담 속에서 심각한 진담이 들어 있었다. 개혁의 충격은 전통적인 순명정신을 크게 위협했고 그만큼 교회의 위계질서가 흔들렸다. 이 같은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충격」은 이제「자극」정도로 약화되고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교회의 적응력이 증대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혀 간다고 할까. ▲그런데 엉뚱하게도 당년 70세인 프랑스의 대주교 한분이 제2차「바티깐」공의회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서서 크게 말썽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마르셀 레페브르라는 이 대주교는 공의회는『혁명과 전복으로 진리와 오류를 결합시켰다』고 하는가 하면『거기서 나온 것은 모두 사생아』라고까지 극언했다. 그는 미사에 모국어 사용을 반대하고 교회 일치를 위해 프로테스탄트와 대화하는 것도 공격한다. ▲그는 1970년에 은퇴하면서 스위스에 전통주의자들을 위한 신학교를 설립했다. 교황청의 해체 명령은 무시됐고, 최근에는 사제 13명과 부제 13명을 서품시켰다. 그래서 교황청은 이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대주교에겐 성무 집행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교황 바오로 6세의 형제적 권고와 처분을 무시하고 미사 집전과 성사 집행을 계속하고 있단다. 교황의 측근에선 즉각적인 파문을 요구하고 있다지만 교황은 극한적인 징계를 보류하고 있단다. ▲레페브르 대주교는 그야말로 전통적인 독선과 옹고집의 화신(化身)인 모양이다. 그의 행적을 봐도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력이 약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929년에 사제로 서품되어 30년간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그러나 60년대에 이르러 많은 식민지들이 속속 독립하는 사회적 변동이 일자 그 소용들이에 적응치 못해 귀국하고 말았다. 귀국 후 성령회 총장이 되었을 때는 총회에서 일련의 개혁안을 표결하자『교회의 민주화는 사탄의 작용』이라며 사임했단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일치를 위해 라띤어 사용을 고집함으로써 오히려 일치를 파괴하고 있다. 민주화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순명정신을 옹호한다면서 도리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순명을 범하고 있다. 새로운 종파가 생겨난다면「로마」의 잘못이라고 위협까지 한단다. 스스로는 불순명하면서 남에게는 순명을 강요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놀라운 사실이다. 『순종은 제사보다 낫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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