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마산에서 열린 평신도사도직 전국협의회 제9차 정기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알차고 진지한 회의였다고 한다. 그것은 이번 총회가 의결하여 확정한 주요 사업들이 한결같이 바람직하고 현실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평협이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험로를 걸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이처럼 발전된 모습으로 거교회적인 주요 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른 것은 참으로 치하할 일이다. 이에 우리는 평협의 주요 사업과 당면한 현실에 대해 우리의 소감을 피력함으로서 주마가편을 하고자 한다.
우선 평협이 제창했던 시성시복운동이 이번 총회를 통해 크게 구체화되고 적극성을 띠게 된 것은 이 운동의 진전과정을 생각할 때 놀라운 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운동이 처음으로 제창되었을 때만 해도 단순히 사업을 위한 사업이란 인상까지 풍겼고 그 메아리도 너무나 미미했다. 이제 이 운동에 대한 호응도가 이만큼 극적인 전환을 이룬 사실은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가 되었다. 평협은 시성시복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없이는 시성시복이 불가능하므로 기적수집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시성시복을 위한」기적 수집이나 사실 조사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치명까지 한 순교 선열에게 또 다시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요청하기에 앞서 선열의 순교정신을 더없이 현양하고 공경하는「기적」부터 이루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차원 높고 주체성 있는 후손의 도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교 선열의 인간적인 취약성을 포함하여 그 처절하 신앙의 행적을 밝혀내어 현대의 온갖 홍보 수단과 표현 방식을 총동원하여 호소력 있게 공표함으로써 오늘의 신앙인들이 그것으로 귀감을 삼고 따르고 공경케 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 아니겠는가. 농촌교회와 도시교회 간에 사랑의 대화는 교류를 위해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사업은 기발하고도 오늘의 현실이 절실히 요청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 역시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가 기필코 달성해야 할 사업이기에 시성시복운동에 못지 않는 열과 성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보여준 평협의 박력으로 보아 이 사업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리라 확신한다.
「출판물 보급운동」도 참으로 바람직한 운동이다. 작년 9월 이후에 이 운동이 시작된 이래 교회 전반에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구독열이 일고 있고 본보의 경우 매주 신문 부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인천교구 주교좌본당에서 전신자통자화를 실현하기에 이른 것도 이 운동의 여파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싶다. 이 운동이 계속된다면 평협이 목적하는 재교육과 의식 계발 및 유기적인 조직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교회 출판물의 원활인 경영에 기여하는 바 클 것이라 믿는다.
이 같은 모든 운동은 조직적 사도직을 수행하는 평협이 아니고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가 없는 일이다.『현대의 정세로 보아 평신도들의 활동분야에 있어서 일치된 조직적 사도직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것은 긴밀한 협력만이 현대 사도직의 모든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그 성과를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평신도 사도직 교령 18)『교회의 권위자와 마땅한 관계를 보존하는 한, 회를 구성하고 회를 운영하며 회에 가입하는 것은 평신도들의 권리이다. 평신도들의 힘을 분산하는 일은 극력 피해야 한다』(同 19)
평협은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주교회의의 명으로 발족되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평협이 없는 교구와 본당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현실은 먼저 평신도 자신의 사도적 의의과 열의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평협에 대한 성직자의 이해 부족과 지도력 결핍 및 협력 거부에 크게 기인한다. 아무쪼록 성직자와 평신도의 깊은 자성과 형제적 이해와 협력으로 교회의 사도적 이해와 협력으로 교회의 사도적 목적 달성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총회가 지금까지지도 신부가 관장토록 돼 있는 재정경리권을 평협에 넘겨줄 것을 주교회의에 건의키로 결의했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협의체도 아닌 평협이 아직도 재정경리의 주체가 되지를 못하고 있다는 이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평협의 현실을 한마디로 증언하는 것 같아 참담한 실정을 금할 수 없다.
해마다 평신도의 날에 신자들이 내는 헌금 중 3분의 1이 평협의 운영비로 충당되는데 그 액수는 고작 2백만 원에 미달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몇10억 원의 예산을 세우고 집행해온 평협 간부들이 자기 단체의 재정경리권도 장악하고있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이를 사실이라고 믿겠는가.
매달 운영비 얼마씩을 타다 쓰는 번거러움과 불합리를 보속을 위한 묵상 자료로 여겼을지 모르나 평협을 운영하는 공인으로서는 취할 바 태도가 아니다.
평협이 그 고유한 소명을 다하고 거교회적인 사업들을 유감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회 공동체 전체가 조직적 사도직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사목 기술의 미숙성과 졸첨성을 하루 속히 탈피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평신도를 통해 세속을 복음화하고 세속은 평신도를 통해 교회로 의할 수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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