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이 무더운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7월 중순경에는 중부 지방에서 큰 홍수가 나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재산과 집을 물에 떠내려 보냈다. 바로 뒤이어 가뭄의 땡볕이 시작되면서 숙기가 계속 35도 이상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무더위는 앞으로도 8월 중순까지 계속되리라는 예측이 나돌기도 한다. 현재까지의 무더위 만으로서도 금년 여름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불쾌지수를 높여 놓기에 충분하였다.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직장별로「여름 휴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 휴가의 조건들은 후하고 박한 수준에 있어 천차만별이며 또 심지어는 아직도 휴가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직장도 상당수 있는 것이다. 휴가를 실시하고 있는 직장들도 소수의 큰 사업체들을 제외하고는 휴가 혜택의 조건이 대체로 인색한 형편이다.
이 유난스러운 무더위에 휴가문제를 놓고 불만을 일삼자면 정신 이상에 걸릴지도 모르니 문제를 이상적인 원칙에 돌려 꿈같은 공상과 기대나마 지녀보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실천에 있어서 문제가 많아 흠일 뿐 이상적인 원칙에 관한 한「휴가」문제에 있어서도 시원한 해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역시 가톨릭 교회이다.
「사목헌장」61조 안에는 ①노동시간의 점차적인 단축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②여가는 마음의 휴식과 심신의 건강을 위해 이바지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이 되었다고 하는 행정 당국의 통계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서민 대중은 한국의 경제가 관연 어떻게 향상되었는지 잘 실감되지도 않는 채로 아무튼「개발도상」국가에서「노동 시간의 단축」이라는 생각은 가당치 않다고 기업주들은 격앙되기 쉽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근무 시간의 단축이라는 것 자체는「게으름의 탓이 아니고 인간을 풍요케 하는 즉 인간 존엄에 이바지하는 여건」이라는 방향으로 이해라도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구미에서도 1914년경에는 시민들이 평균 1주일에 60시간 근로하였는데 오늘날에는 40시간 근로하고 있다. 장 푸라스티에라는 경제학자는 말하기를 머지 않은 장래에 구미에서는 시민들이 1주일에 30시간 1년에 40주、일생에 35년간을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더 풀이해보면 1주일에 닷새만 하루 6시간씩 일하고 1년에 도합 두 달 기간을 쉬고 일생 동안에는 20세부터 55세까지 일을 한다는 내용이 된다.
여기에서 더욱 특징적인 것은 1주일에 이틀(평일 근무시간을 8시간쯤으로 한다면 사흘)을 쉬며 1년에는 두 달 기간을 쉰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국의 실정으로서는 근로자 시간의 단축문제는 우선 젖혀놓는 것이 순서이고 실제적으로는 기업체들이 여름 한철 휴가로 며칠을 주며 휴가비는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휴가는 결코 게으름이나 소모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을 풍요케 해주고 심신에 건강을 주는 그리하여 결국「생산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니 만큼 기업주들의 충분한 배려 아래 실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뜻있는 많은 식자들이 개탄하고 있는 것이 바로「정신의 성장이 함께 하지 않는 경제제일주의」라는 것이므로 휴가의 원활을 통하여 국민의 정신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휴가 일수와 휴가비 지급 상태를 사회 전역에 걸쳐서 파악하려면 상당한 조사활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서 간단히 언급하기가 어렵다. 다만 원칙의 문제를 중요시하는 각도에서 문제를 가톨릭 교회 안으로 집중시켜보고 싶다.
이제 백만이 넘는 신도를 가지고 있는 가톨릭 교회는 교회계 등 각 기관에 신자와 비신자 상당수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병원 학교 신문사 출판사 본당 등에 수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우선 이들에 대한 금년 여름 휴가의 일수와 휴가비 지급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교회 당국자들은 새삼스레 자체 점검을 해주기 바란다.
항용 말로만 가톨릭 교회가 외부 사회에 대해 사회 정의와 노동 정의를 열띠워 요청하면서 자체 내에서는 외부 사회 직장의 고용자들보다 월급액 휴가 일수 휴가비 지급 상태가 저조한 실정에 있지 않은지 각 교구장 이하 관계 성직자들은 반성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부조리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교회라면 이 교회는 거짓의 교회요 생명력이 없는 교회라고 지탄받을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매사에 있어 외부 사회에 앞장서서 잘해 나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빛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무덥고 지루하고 괴로운이 계절에 고용자들의「유급휴가」상태에 있어 외부 사회에 모범을 보인 교회기관이 어디인지? 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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